안녕하세요 :)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오늘은 눈빛에 관한 문장과 멋진 사람, 그리고 부드러운 음악 한 곡을 가져왔습니다. 오늘도 즐겁게 읽어주세요. 🤓 눈빛 감각 아직도 기억에 남는 칭찬은, 학창 시절 선생님께 들었던 "눈빛이 살아 있다"는 한 마디였습니다. 순간 저는 '살아있는 눈빛을 가진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듯했고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는 선생님이 던진 칭찬의 공을 덥석 받아 지금까지도 몸과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그때부터 아무도 모를 자신감을 스스로에게 심으며 눈빛에 대한 감각을 예민하게 신경 쓰며 자랐어요. 그 감각은 칭찬의 말을 듣고 난 순간부터 더 커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저는 눈빛에 신경 씁니다. 눈빛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중요하고 또 솔직해요. 눈빛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알 수 있어요. 정신, 의지, 마음 같은 것들은 눈빛과 한 줄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이 작은 눈에서 나오는 눈빛은 아주 크고 세서, 넓게 퍼지고 쉽게 전달됩니다. 눈빛은 귀한 도구이기도 했다가 무서운 무기가 되기도 해서, 사람을 부드럽게 감쌀 수도 있지만 사람을 아프게 찌를 수도 있습니다. 눈빛에 수많은 말과 감정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눈에 힘을 주고 살고 싶지 않지만, 깨끗하고 맑은 눈빛을 가진 사람이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듣고 싶은 말은, 눈빛이 살아 있다는 말. 그러기 위해서는 제 눈에 좋은 것을 많이 담고 좋은 말을 많이 하도록 노력하면서 그렇게 제 눈빛을 잘 가꾸며 살아야겠습니다. 그리하여 눈에 들어오는 문장들은, 눈빛에 관한 문장. 차근차근 읽어주세요. 그에 비해 눈빛은 속일 수도 없고 속아지지도 않는 어떤 것이다. 그래서 눈빛을 타고난 배우들은 연기를 하지 않아도 연기가 된다. 눈빛 하나로 모든 표현할 것들을 다 발산한다. 눈빛은 품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잘 차려입은 사람도 눈빛이 불안하면 멋지지 않으며, 추레하기 짝이 없는 사람도 눈빛이 살아 있으면(볼 줄 아는 사람에 한해서) 멋져 보인다. 눈빛에는 어쩔 수 없는 열등감이, 어쩔 수 없는 천박함이, 어쩔 수 없는 천진함이, 어쩔 수 없는 소심함이, 어쩔 수 없는 허기가, 어쩔 수 없는 장난기가, 어쩔 수 없는 느끼함이, 그리고 어쩔 도리 없이 빠져든 사랑이 포로처럼 포박당한 채로 갇혀 있다. -김소연, <마음사전>, 마음산책, 177-178p 눈빛에는 어쩔 수 없는 모든 감정이 들어있지요. 김소연 시인님의 이 글도 참 좋아 밑줄을 그었습니다. 너의 타입인지를 알기 위해 무엇을 보느냐 묻는다면, 저는 안구를 봐요. 다른 사람들은 눈을 본다, 눈빛을 본다 이렇게 표현하더군요. 저는 정말 안구를 좋아해요. (...) 쌍커풀이 있든 외꺼풀이든, 크든 작든, 매서운 눈이든 순진해 보이든 상관없어요. 그 안에 구슬처럼 박혀 있는 안구가 더 중요해요. 인간뿐 아니라 눈을 가지고 있는 동물들을 볼 때도 제가 가장 관심 있게 눈여겨보는 신체부위가 안구에요. 왜냐하면, 제일 재미있거든요. 아주 작지만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커다랗고 끝이 없어서 정말 보는 맛이 나요. 아름다음을 가장 크게 감각하는 부위이기도 하고요. (...) 그럼 어떤 안구를 좋아하느냐. 일단 깨끗하고 예쁜 안구가 좋죠. 흐리멍덩하거나 충혈이 잦은 눈은 분명히 반감이 생겨요. (...) 결정적으로 저를 다른 차원으로 이끄는, 저를 홀리는 안구는 깨끗하고 충혈되지 않는 것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더 있는데요. 그 영역에 대해서는 제가 어떻게 설명할 도리가 없네요. 그런 것이 있다, 라고밖에는. 눈빛 아니고 안구. 눈빛이 눈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것이라면, 안구는 아주 확실합니다. 상대방의 눈을 가까이서 보면 내 모습이 또렷이 보이는 그 안구 말이죠. 위 부분은 요조 작가님의 글인데요, 텍스트가 아닌 목소리로 전문을 듣고 싶으시다면 여기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위 책은 네이버 오디오클립 <요조와 임경선의 교환일기>를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좋은 회차를 듣고 또 들은 저로서는 두 분의 오디오클립이 굉장히 유익하고 재밌었습니다. 요조&임경선님을 좋아하신다면, 이동 시간&단순 노동의 시간을 심심치 않게 보내고 싶다면 위 오디오클립을 들어보세요.) 😎 멋진 사람은... 밀라논나님이 그의 에세이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를 홍보하며 인터뷰를 하셨는데요, '패션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한 물음에 이런 대답을 하셨어요. "나는 좀 예뻐지고 싶은데 그건 뭐 타고나야 예뻐지는 거니까, 그런데 멋있어지는 건 가꾸면 될 것 같더라고요." 눈빛이 살아 있는 사람, 게다가 멋있는 사람. 많이들 알고 계실 테지만, 밀라논나님(장명숙)은 한국인 최초 밀라노 패션 유학생이었으며, 86 아시안 게임 개폐회식 의상을 직접 디자인한 패션 디자이너입니다. 그 외에 화려한 경력이 수도 없을 테지만 제가 알게 된 시점은 70세에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요즘에서였습니다. 왜 이렇게 이 분이 많이 언급될까 싶어 클릭한 순간, 양지바른 곳에서 든든하고 따뜻한 말을 듣고 있는 듯한 저를 발견했습니다. 가꾸어야 할 것이 많네요, 눈빛도, 멋짐도! 😉 (*밀라논나님에 대해 더 궁금한 분은 <"수입은 기부, 시신은 기증, 어른 대접은 사양합니다" 할머니의 인생 수업> 기사를 읽어보세요.)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Gert Taberner - Fallen Gert Taberner의 Fallen이라는 노래는 느리고 부드럽습니다. 이 노래는 존재하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며 머릿속에 있는 것들에 사로잡히지 말고 말로 꺼내 달라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위 노래는 사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노래이지만, 꼭 그렇게 듣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11월의 끝자락, 잔잔하고 감미로운 곡을 들어보세요 :) P.S. 오늘도 긴 편지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12월, 완두콩같은 것을 주워 또 돌아올게요! mind_ryeon@naver.com 수신거부 Unsubscribe |
✦ (정)혜련이가 보내는 편지, HYEPEA LET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