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에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이지만 의외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고, 어쩌다 만나는 무궁화는 반갑습니다.
자세히 보면 안 예쁜 꽃이 없듯 무궁화도 자세히 보면, 누가 고운 분으로 칠을 한 듯 어여쁘게 보입니다.
무궁하다는 것은, 없을 '무'에 다할 '궁'. 공간이나 시간이 끝이 없음.
꽃 이름에 무궁을 붙인 오래된 사실에 새삼스레 대단한 이름이다 싶어요.
조금만 더 참으면, 조금만 더 버티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무궁해 보이는 이 여름도 언젠가 지나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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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궁한 여름에,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지난주는 정말 너무한 날씨였지요.
잠깐의 외출에도 숨이 턱 막혀서 이번 여름은 정말 어쩌나 싶었는데
이번 주는 비 소식도 종종 있고, 숨통이 조금 트일 것 같아 다행스럽습니다.
4월 메모장을 훑어보니 힘들 때,
좋아하는 것을 막 열거해둔 것을 발견했어요.
팔베개
새소리
낮잠
소파
새 일기장
연필
새순
새싹
빨래에서 나는 섬유 유연제 향
숲길
윤슬
물소리
포옹
남들을 웃길 때
나도 웃을 때
두부가 가득 들어간 만두
청국장
갓 지은 밥
뜨끈한 국물
뚝배기
깨끗한 식당
친절한 식당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카페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서점
창가 쪽 기차
그저 생각나는 대로 적었나 봅니다.
이제 봐도 다 좋아하는 것들이네요.ㅎㅎ
이 밑으로 더 늘려볼 수도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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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쓰고
온 우주가 바라는 것은 나의 건강한 삶이라고
감히 시집의 제목을 빌려, 마음을 배웁니다.
그냥이라는 두 글자에 많은 말이 들어가겠지만,
저의 일상을 쓰려다 저리 치워둡니다.
그러나 언제나 바라는 것은 의심 없는 믿음, 좋은 기운, 아우라, 에너지 같은 것.
정말 온 우주가 바라는 것이 나의, 또 누군가의 건강한 삶이라 생각하면 든든해집니다.
좋은 것을, 작지만 기쁜 것을 드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