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습해서 차라리 비나 오지, 그랬는데 요가 마치고 나오니 정말 비가 후드득, 그러다 순식간에 세차게 바뀌었어요.
십분 도 채 되지 않은 거리에 바짓단과 어깨가 홀딱 젖었습니다.
우산 밑에 있으면서도 비한테 호되게 맞은 느낌. 아아 요즘 날씨엔 적당히란 없구나 싶어요.
집에 오니 베란다 방충망에 매미가 붙어 있었어요.
며칠 전에는 톡,쳐서 날려보냈는데 그날은 비를 피하는 거겠지 싶어 가만히 내버려뒀습니다.
조용한 걸 보니 암컷 매미였던가.
가만한 매미를 두고 저는 비 오는 소리 들으며 뚝배기에 우동을 끓여 호로록 먹었던 지난 주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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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입니다.
요즘 가방에 꼭 넣고 다니는 것은 양산.
어렸을 때 엄마가 꽃무늬 양산을 챙겨 다니면 어른들의 물건으로만 여겨졌고, 이게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었는데요.
그 양산 왜 쓰는지 이제는 너무 알아요.
저도 양산을 쓴 지가 어언 10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아요.
그때의 여름과 지금의 여름이 많이 다른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여름에 이 작은 그늘이 없으면.. 저는 이제 힘든 사람이 되었습니다.
햇빛이 쨍한 여름엔, '그늘로 걷기' 미션이 있는 사람처럼 그늘을 찾아 걷게 됩니다.
양산을 활짝 펴서 머리 위 그늘을 만들고, 땅 위의 그늘로 걷게 되는 계절.
여름은 이토록 그늘이 간절한 계절, 유난히 그늘에 도움 받는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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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여름에 꼭 챙겨 먹는 음식이 있으신가요.
저는 사실 콩국수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요.
올해 벌써 콩국수를 두 번이나(!) 먹었어요.
각각 다른 식당에서 줄을 서서 먹었답니다.
(진주집, 진주회관- 상호에 모두 '진주'지역이 왜 들어갈까 싶었는데, 두 콩국수 집 주인이 경남 진주 출신의 형제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세상엔 콩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리도 많구나 놀라며, 여름 한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서고, 그래서 조금 정신이 없고, 소란스럽고, 모두의 메뉴가 거의 하나로 통일되어 있고, 유일한 찬인 맛깔난 김치 하나를 두고 스테인리스 그릇에 나온 국수 그릇에 집중하며, 식혀야 될 것도 없이 바로 호로록, 걸쭉한 국물을 들이켭니다.
줄을 서서 먹는 식당에서는 암묵적인 룰이 있지요.
다 울었니, 이제 할 일을 하자 처럼, 다 먹었니 이제 일어나자의 분위기.
잡담이나 수다 밀린 대화 같은 건 식당 밖에서 나누어야 합니다.
진주집에 갔을 때 호기롭게 설탕을 넣어 먹어봤는데 영 입맛에 안 맞다가 거의 마지막에 소금을 넣으니, 아! 이거잖아.
저는 확실히 소금파라는 걸 알았어요.
지난 5월에는 인천에 맛있는 칡냉면집이 있다고 해서 친구들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숟가락이 없는 그곳은 오로지 젓가락만 세팅되어 있고 좌식 테이블에 다닥다닥 사이좋게 앉는 시스템.
서빙하시는 분들은 정신없이 냉면을 나르고, 바닥에 앉은 우리는 그분들 동선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가방이나 물건을 내 몸 쪽으로 잘 챙겨두어야 합니다. 다음에 함께 가자고 했던걸, 다음다음으로 더 미루지 않고 이렇게 와보는 실행.
칡냉면, 안 먹은 지가 언제인가. 부드럽게 넘어가는 면발과 새콤달콤 감칠맛 나는 국물을 들이켜며 맛있게 먹고 나왔습니다.
(식당 이름은 부평에 있는 '별미칡냉면원조'입니다.)
이 식당 또한, 다 먹었니 이제 일어나자의 공기.
어른 여섯과 아이 하나인 우리 무리는 다 먹고 얼른 일어나 근처 카페를 걸어가며 음식의 소회를 나누었지요.
올해 봄에 먹었던 평양냉면도 빠질 수 없겠어요.
제가 갔던 곳은 '을지면옥'입니다.
평양냉면은 무슨무슨파, 로 나뉘기도 하죠.
저는 어디에 빠지고 속할 것도 없이 여기가 본격적인 처음이라 할 수 있는데, 먹고는 맛있어서 놀랐습니다.
얼마 전에는 비취냉면을 먹었습니다.
비취냉면은 연희동의 중식당 '이화원'의 대표 메뉴로 알려진 중국식 냉면인데요, 저는 이곳을 몇 차례 가보았지만 매번 비슷한 메뉴를 시켰던 것 같아요. 시금치를 넣어 만든 녹색 면이 비취 보석을 닮았다고 해 붙여진 비취냉면을 저는 이번에 처음 접해보았습니다.
이 냉면에는 땅콩소스를 넣는 것이 포인트. 그러면 맛이 확 달라지는데, 시원하고 깊은 냉면 맛에 고소하고 달달한 맛을 더해줍니다.
저는 비취냉면에 푹 빠져 며칠 전 동네 중식당에 갔을 때에도 <중식냉면 개시> 글에 반가워하며 시켜보았죠.
여긴 내가 처음 먹은 비취냉면과 무엇이 다른지 비교해 보는 재미를 느끼며, 이제 나는 중식당에 가면 중식냉면 도장 깨기를 해보겠다며 굴었습니다.
콩국수, 칡냉면, 평양냉면, 비취냉면 까지 이런 걸 내가 즐길 수 있을까 상상도 하지 않았던, 매일 비슷한 걸 먹게 되는 제가 경험하지 못했던 맛들에 신기해하며 맛집의 북적임과 활기에는 괜한 들뜸과 신남을 느꼈습니다.
맛의 확장, 삶의 재미, 이런 재미를 늘려가고 싶다고 생각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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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슈퍼에 가서 바나나와 자두를 샀지요.
거의 모든 바나나가 바깥 날씨에 익어 툭툭 터져 과육이 조금씩 보였는데 얼른 먹으면 되겠지 싶어 한 다발만 집어 들고, 자두는 식당에서 엿듣기로 요즘 엄청 맛있다길래 혹하여 한 팩 사 왔어요. 뜯지도 않았는데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과일.
헬스장에서 걸으면서 자두 생각만 했다지요.
집에 와 흐르는 물에 뽀득뽀득 씻고 앙 물었는데 아 그 새콤달콤한 맛.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아침엔 최대한 많이 벌어진 바나나 하나를 골라 두유와 함께 먹었습니다.
톡톡 터져버린 바나나와 탱글탱글한 자두가 집에 있습니다.
언제 생겼는지 날파리 한 마리가 제 앞을 왔다 갔다 하고.
이렇게 여름입니다.
시원한 그늘과 정성 들어간 여름 음식들과 새콤달콤한 과일에 기대어 가는 계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