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식사량이 많이 늘고 살쪘다는 느낌이 들어 오랜만에 체중계에 올라갔는데, 순간 고장이 난 줄 알았어요.
바닥 수평이 맞지 않아 '0'이 아니었나 의심하며 다시 제대로 '0'점을 확인하고 올라섰는데 당연히 고장이 아니었지요.
살이 찐 거예요. 내가 생에 보지 못한 몸무게는 아니었지만 예상을 넘는 몸무게에 조금 당황했습니다.
"못 먹는 게 문제지, 잘 먹는 게 문제는 아니다"란 그의 말을 너무 좋게 받아들인 나머지 와구와구 잘 먹다가 둥그런 얼굴과 뱃살을 얻었습니다.
건강하게 살을 빼는 건 왜 이리도 어려운 건가요. 제 몸은 왜 탄력적이지 못하고 물렁할까요.
아파트 단지에 있는 헬스장에 다시 가고 있습니다.
러닝머신에서 속도 내며 걷고 천국의 계단(스텝 밀(Step Mill))에 오릅니다.
러닝머신 화면은 TV처럼 보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미러링 할 수 있는 기능의 화면인데요. 저는 그 기능을 쓰지 않아 무채색 화면에 제 얼굴이 비치고, 고개를 정면으로 하면 하얀 벽이 보여요. 헬스장이 지하에 있다 보니 창문이 없거든요. 참 재미없는 걷기라 팟캐스트든 유튜브든 음악이든 귀로는 무언가를 들어야 합니다. 눈으로는 하얀 벽에 박힌, 언뜻 개미를 닮은 타카 심을 볼 때마다 매번 세고 있습니다.
기계에서 걸을 땐 올라가는 숫자만을 주시하게 됩니다.
칼로리 타임 디스턴스 스피드.
제자리 걷기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숫자가 올라가는 쾌감. 저는 그중 칼로리. 100점 맞는 기분으로 100칼로리를 채우면 슬슬 걸음을 멈춥니다.
이용자가 많이 없어서인지 실내 에어컨이 빵빵하진 않아서 그만큼만 걸어도 땀이 나는데, 이런 온도는 의도한 걸까. (찜질방 효과처럼..)
머리카락이 흘렀나 간지러워 슥 목을 만지면 그것이 땀이라 약간의 뿌듯함을 느낍니다.
그러고는 천국의 계단에 오릅니다. 아아 이것은 5분만 해도, 러닝머신 100칼로리와 버금가는 체력이 듭니다. 온몸에 땀이 나서 제대로 운동하는 기분이 드는데 그것이 고작 5분이라니, 무릎이 튼튼하지 못한 저는 늘 그쯤에서 항복하며 내려옵니다.
밥을 다 먹고는 요구르트를 먹게 되는데, 그것의 칼로리가 45kcal라는 걸 볼 때 15분쯤 땀나듯 걸어야 되는 것이로군.
미미한 수준의 헬스장 이용자가 칼로리 계산을 하고 있는 게 조금 멋쩍지만 그것 역시 홀짝 마셔버리며 후식을 끊지 못하는 요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