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한 달은 요가를 쉬었어요.
한번 멈춘 요가를 다시 시작하려니 영 귀찮고 하기가 싫었습니다.
밖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산책뿐. 하지만 땀 한 방울 나지 않는 슬렁슬렁 걸음을 두고 운동이라고는 볼 순 없는데, 저는 그런 날에도 산책이라도 했구나 흡족히 여기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10월엔 다시 요가를 시작해야지, 휴일이 끝나면 해야지, 그렇게 개천절 지나 시월의 한글날도 훌쩍 넘겼어요.
냉장고에 붙여둔 요가 달력에 오운완처럼, 오늘 요가 완료 동그라미는 없어진 지 오래.
게으름과 관성을 이겨내기란 참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새해가 7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도, 벌써 송년음악회 예매가 시작되었다는 것도, 10월 안에 제가 있다는 것도 저는 아직 믿기지가 않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잘만 가고 있는데도요.
한글날 연휴가 끝난 월요일. 시작하기 참 좋은 요일임에도 저는 요가 등록을 못했습니다.
요가 가야지 그런 다짐을 얼마나 숙제처럼 여겼는지 그날 밤엔 심지어 요가 가는 꿈을 꾸었는데요.
수련생이 구름떼같이 많아서 내가 안 온 사이 무슨 일이 있었나 당황하며, 어느 선생님에게 이 상황을 물어야 하나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런 꿈을 꾸었습니다.
헛웃음이 나는 꿈이었습니다.
이쯤 되면 정말 가야 하는 것이지 싶어, 다음날 13일 화요일, 저는 요가원으로 향했습니다.
늘 가던 시간의 오전 요가를 다시 등록했습니다.
요가원은 꿈속처럼 사람이 많지도 않았고, 한 달 전과 비슷한 모습으로 여전히 평화로운 분위기였습니다.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넣는데, 그와 동시에 요가원 창문으로 들이치는 햇빛, 그 햇빛을 머금고 가을바람에 사뿐히 흔들리는 식물을 보았습니다.
그 따뜻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느끼며, 순간 저는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고 무심히 다시 돌아온 사람인 양, 잊고 있던 무언가를 문득 마주한 듯했습니다.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고 제자리에 있어준다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지, 이 마음 또한 금세 소중함을 잃고 시들어가는 감정인 줄 알면서도 일순간 감사함이 몰려왔습니다.
어느 날, 집 앞 카페는 없어졌습니다. 집 앞 카페라서 저는 왜인지 자주 가지는 않게 되었는데.
그러나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며 보이는 맞은편의 카페를, 오늘은 사람이 적구나, 많구나, 이런 메뉴가 나왔구나, 바라만 봐도 뭔가 따뜻하고 흐뭇한 카페였는데요.
그 공간을 응원한다면, 그렇게 없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면 그 카페의 단골손님이 되어야 했을까 싶지만, 그 노력이 다가 아니라 어떤 흐름과 상황이 더 큰 것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녁을 먹고 여유롭게 장을 보러 가던 마트도 2층 매장에서 1층 매장으로 규모를 줄였고, 이제는 영업시간도 단축한다고 합니다.
저녁을 먹고 장을 보러 가면 사람이 눈에 띌 만큼 적습니다. 영업시간이 이해가 가는 마음입니다.
내가 이용하지 않더라도 오래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욕심인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해 주시는 계산대의 직원은 이제 한 분만 계시고, 한쪽에는 무인계산대가 여러 대 서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바뀌는 변화, 시대의 흐름이려니 하며 바라만 보게 되는 것이, 그것이 내 눈앞에서 사라지는 방향이라면 좀 쓸쓸해집니다.
그래서였는지 그 모습 그대로 여기에 있어주는 요가원에 안도감이 들었나 봅니다.
요가 선생님은 늘 보았던 평온한 얼굴로, 잘 쉬셨어요, 제게 인사를 건네주었습니다.
저는 한 달이 아니라 이틀의 주말을 보내고 온 사람 같았고, 너무 친절하지도 너무 무심하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감의 인사가 가뿐하게 들렸습니다.
제가 다니는 요가원에서는 회원카드를 줍니다. 플라스틱 카드가 아니라 선생님이 직접 제 이름과 날짜를 적어준 카드 크기의 종이입니다.
작년 10월 14일에 처음 시작했다는걸, 1년 열두 달의 칸이 모자라 새 카드를 꺼내고서야 알았습니다.
한 달을 쏙 빼먹었지만 벌써 1년이 되었다니.
1년여 동안 내 몸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어깨가 이상하게 아팠는데 언젠가 모르게 그 통증은 사라졌고, 오른쪽으로 허리를 돌리면 조용한 요가원에서 뚝뚝 소리가 날 정도로 어딘가 맞지 않았는데 이제 허리를 돌려도 신경 쓰이는 소리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왼손을 머리 위로 드는 동작을 하면 손끝이 저립니다. 모든 곳이 좋아졌다고는 말할 수 없는 상태.
요가원의 큰 선생님은 강조하십니다. 요가는 단순 스트레칭이 아니다.
속으로 저는, 이것은 스트레칭이다, 하고 동작을 하는데요.
정통 요가란 무엇인지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딴 생각이 들어오지 않게 정신을 바짝 차리래도, 아.. 끝나고 뭐 먹지 저는 그런 딴생각을 하는 사람입니다.
매끈한 것과는 조금 먼 요가원에서 동네 마실 나가듯 편안한 옷을 입고, 선생님들이 말하는 수련을 하고 있습니다.
냉장고에 붙여둔 요가 달력에, 다시 시작! 이라며 동그라미를 그렸습니다.
1년이 다 끝나가는 마당에 다시 시작이라니, 그러나 그 말은 어감도 기분도 좋은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