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는 3월 첫날에 도착하지만, 저는 2월 마지막 날에 편지를 쓰고 있어요.
(3월 1일의 날씨는 맑음이 예보되어 있지만)
오늘도 여전히 흐리기만 하네요.
날씨가 흐려서일까요.
눈 녹은 요즘의 겨울 풍경은 스산하기만 하고.
서른 번 훌쩍 넘게 사계절을 보내놓고도 요즘의 저는 우리나라에는 왜 사계절이나 있는가, 겨울은 왜 이렇게 긴가, 눈 없는 겨울은 칙칙해 불평을 늘어놓으며 기분이 며칠 내내 가라앉다가 오늘 아침엔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뜨고는 '계절성 우울증'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다소 긴 글임에도 두 개의 기사 글을 여기에 옮겨 봅니다.
-
날씨가 우울한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일까? 아니면 단순히 기분 탓일까?
계절성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날씨도 우울한 감정에 기인한다.
계절성 우울증의 경우 보통 가을이나 겨울에 시작되어 봄에 회복되는데, 드물게 비가 올 때도 재발한다. 이 때문에 비가 자주 오는 장마철에도 우울한 경우가 있는데, 여기에는 24시간 신체 주기에 답이 있다.
우리 몸은 익숙한 신체 사이클에 따라 활동한다. 잠을 자는 시간은 물론 눈을 통해 햇빛을 흡수하면서 낮과 밤을 구분한다. 그러나 안개가 끼거나 비가 와서 빛의 양이 감소할 경우,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증가한다. 이때 신체는 밤이라고 인식해 기분이 가라앉거나 잠이 쏟아지는 것이다.
-출처: ""흐린 날 유독 우울해" … 기분 탓일까?", 코메디닷컴, 2024년 2월 21일 기사 중에서
-
계절성 우울증은 햇빛의 양과 일조시간이 부족해 에너지와 활동량이 저하되며, 과식과 과수면을 부르는 생화학적 반응을 유도한다. (…)
계절성 우울증은 이와 달리 과수면 혹은 불면증 등 극단적인 수면 양상을 보이며, 평소보다 과식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만성피로의 증상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인지하기 어려워 많은 사람이 이유를 모른 채 우울을 호소하는 일이 다반사다.
“(…) 겨울에는 흐리고 어두운 상태에서 하루를 시작하죠. 그러면 우리 뇌는 햇빛을 보는 시간이 줄어 평소에도 시차가 있다고 인지하게 돼요. 이런 상태가 수면에도 큰 영향을 끼쳐 잠을 쉬 이루지 못하고, 잠에 한번 빠지면 평소보다 과하게 자게 되죠. 자리에 누운 뒤 잠드는 시간이 수면의 질을 좌우하는데, 그때를 놓치면 기억력과 감정 조절이 불안정해져 더욱 예민한 상태가 되기 쉽습니다.”
서울스페셜수면의원 한진규 대표원장의 설명이다.
(…) 해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바꾸는 것인데, 우울한 상태에서는 해마가 만드는 새로운 기억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울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한번 우울해지기 시작하면, 그 상태에서 쉬 벗어나지 못한다. 외부의 물리적인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출처: "심신을 밝히는 라이트 테라피", 마리끌레르, 2024년 2월 4일 기사 중에서
산뜻한 파란 하늘을 본 지가 언제인지.
연속되는 흐린 날씨에 내 기분도 함께 흐림이 되는 것에는 날씨 요인이 아예 없지는 않은 것. 그리고 이 가라앉음의 기운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외부의 물리적인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두 가지 결론을 내봅니다.
우울감에서 벗어나려면 우리가 다 아는 그렇고 그런 방법들이 있는데,
몸을 움직여 체온을 높이는 것(샤워, 반신욕, 산책, 가벼운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
그리고 비타민 D가 든 풍부한 음식을 섭취.
단, 술, 카페인, 밀가루, 지나치게 단 음식 등은 삼가라고요..
에이 이런 해결책이라니 지금 상태에 이런 얘기 너무 뻔해서 눈길도 잘 안 가요.
저는 지금도 식탁에 놓인 다디단 호두 정과를 날름 먹었고 어제는 평소엔 잘 먹지도 않던 햄버거와 감자튀김과 사이다를 먹었는걸요.
어제 먹은 저의 저녁 안에 비타민 D 과연 얼마나 있었을지...
사실 이럴 땐 산책하기 좋은 코스, 오래 걸어도 편한 운동화, 향 좋은 바디로션이나 샴푸, 한 번 보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만화책이나 웹툰, 마음이 몽글해지는 영화 추천,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 한입에 쏙 넣어 순식간에 기분 좋아지는 초콜릿이나 사탕 브랜드 같은 것들에 더 혹할 것 같고요. 게다가 우울감의 진짜 원인은 내 안에 있을 수 있음에도 그 원인은 흐린 날씨와 부족한 일조량 때문이라 마구마구 탓하고 싶어집니다.
햇빛이 나면 흐린 옷을 벗을 수 있을까요, 안개 같던 제 기분에도 빛이 날까요.
여러분의 요즘 기분은 어떠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