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공기 맑은 어느 날 오랜만에 밤 산책을 나갔는데요,
가볍게 걷고 싶어 스마트폰은 일부러 두고 나갔어요.
한참 걷다 벤치에 앉아 쉬게 되었고, 평소 같으면 그런 시간에 뭐 재미난 거 없나~하며 스마트폰을 뒤적뒤적 했을 텐데 그날은 손에 든 게 아무것도 없으니 할 게 없는 거예요.
저는 그렇게 하릴없이 정면을 바라보게 되었어요.
차 한 대 지나갈 만큼의 도로 너머로 곧게 서 있는 나무 몇 그루와 산책로를 걷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어요.
특별할게 없는 아주 평범한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는데, 나무와 사람이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무는 가만히 서 있는 사람 같고, 사람은 움직이는 나무 같고...
아마도 그건 나무의 둥근 몸집이 사람만 한 크기였고, 색과 모양이 또렷하지 않은 밤이었고.
스마트폰 없는 가만한 시간이 만들어준 심심한 감상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나무와 사람은 '세로'의 모습, 그 사이사이 사람과 함께 걷고 있는 강아지는 '가로'.
여러 '세로'에서 보이는 작은 '가로'들은 참 여러모로 귀엽다는 단순한 생각도 들었답니다.)
그와는 별개로 요즘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나무의 모습을 보면서는, 사람은 어떤 것이 달라지나 생각해요.
휙휙 변하는 아이의 모습은 어른과는 많이 다르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는 건 다 커버린 어른인가 싶기도 했어요.
키도 생김새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 지금의 제 모습도 봅니다.
눈에 확 띄는 변화는 없더라도, 저도 분명 서서히 변하고 있지요.
음, 탄력이 줄었고, 기미가 생겼고, 주름이 깊어졌고...
하하, 뭐 이런 외적인 변화 말고도 내적인 변화가 있었겠지요.
나는 달라졌나? 물으면 많이 달라지긴 했어요.
어느 방송에서 누군가,
"지금의 내가 예전의 나보다 나아졌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달라진 건 맞다."라는,
그렇게 흘려가며 했던 말이 제게 쏙 들어와 남아 있어요.
한참 동안 저는 과거의 나를 쯧쯧, 하며 바라봤던 것 같아요.
바보 같고 어리석고 그래서 결국 후회스럽고...
그러나 '나아졌다'라는 말보다 '달라졌다'라는 표현의 말로, 저는 무언가 깨달았지요.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나았던 면도 분명 있었을 거라고 지금은 생각해요.
모험심이나 열정 같은 건... (지금도 어디에 있기야 있겠지만 흐려졌고)... 확실히 그때의 세기와 빛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문득 떠오른 것인데 오각형이나 육각형으로 공격력, 점프력, 방어력 등등의 능력치를 보여주는 게임 캐릭터는 만들어진 그대로겠지만, 나라는 사람은 언제고 나아지고 싶다는 열망과 함께 상황과 시간에 따라 그 수치가 계속 계속 바뀌고 달라지는 것이겠구나 싶어요.
예전에 비해 모험력이 줄고, 회복력이랄지 뭐 그밖에 다른 무언가는 커지지 않았을까...흠.
나무 이야기를 하다 게임 캐릭터까지 나왔지만 어찌 되었든 시작은, 커지고 넓어지는 나무에서 출발했지요.
나무와 사람은 닮은 것 같다고 했다가, 나무와 나를 비교하는 우스운 생각을 하기도 하는 저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