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0일에는 새 식탁이 왔어요.
새 식탁은 당당히 우리 집 거실에 안착했습니다.
'안착'이라는 말을 일기에 써놓고 흡족했습니다.
무사히 잘 도착한 식탁, 착실하게 자리 잡은 식탁.
이번에 새로 산 식탁은 동그랗습니다.
동그란 식탁은 은근한 꿈이었어요.
빨간 벽돌의 박공지붕, 작은 텃밭과 꽃밭, 나무 몇 그루, 저 앞에 보이는 산의 능선과 넓은 하늘.
그런 집의 풍경을 그리듯.
언젠가, 그 언젠가의 꿈에 자리한 동그란 식탁.
모서리 없는 둥근 테이블에서 도란도란 옹기종기.
그렇게 모여, 먹고 마시고 얘기 나누고 싶었는데요.
꿈은, 이렇게 들어오기도 하는 것이로군요.
새 식탁은 좋았지만 처음엔 어색했습니다.
식탁 정도의 부피에서는 물건에서도 낯섦이 느껴져 시간이 필요했어요.
괜스레 기존에 쓰던 네모난 식탁이 서운해하는 것 같고, 여기저기 까지고 조금 흔들거리지만 더 쓸 수 있을 것만 같고.
정든 식탁을 당장 버릴 수는 없어서 남편의 방으로 옮겼고, 식탁은 책상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새 식탁이 왔으니, 축하하러 꽃을 사러 가자고 했습니다.
저 아무리 꽃을 좋아해도 새 식탁을 환영하며 꽃을 사기까지는.. 그렇지는 않은데요.
그러나 그의 제안은 꿀처럼 달고.
기존에 가던 꽃집이 이날은 문을 닫아서, 어느 상가 지하에 있는 새로운 꽃집에 갔습니다.
집에 둘 꽃을 고르는 것, 사실 너무 오랜만이었어요.
어느 때엔 소국이나 장미, 잔잔한 꽃들과 잎 식물로 작은 다발을 툭 가볍게 사기도 했는데.
언제부터 꽃값도 무척이나 올라 꽃집을 지날 때 더 유심히 보게 되는 것은 꽃보다는 꽃의 가격...
그런 요즘이니까요, 꽃도 특별한 날이 아니면 지갑을 잘 열지 않는 것이 되었으니 오랜만에 꽃을 고르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활짝 펼쳐진 꽃보다는 조금 얌전한 꽃들을 골랐습니다.
노랑과 주황의 메리골드, 이름을 물어 알게 된 쓰리토메인, 유칼립투스, 그리고 이름 모를 이파리.
꽃집 사장님은 천천히 고민하며 꽃을 고르는 우리를 가만히 기다려 주시고, 2만 원어치 하시죠, 그러면서 다른 꽃도 더 얹어주셨어요.
덤은 언제나 좋고, 그게 꽃이라면 더없이 좋지요.
집에 둘 꽃이어서 포장도 따로 없이 신문지에 둘둘 말아주셨어요.
계산을 하려는데 사장님이 우리더러 눈매가 닮았대요, 정말 그런가 속으로 생각하며 멋쩍게 웃을 수밖에요.
그러고는 나갈 때 즐거운 하루 보내라는 꽃집 사장님의 인사가 참 좋았습니다.
꽃집을 나와 계단을 오르는 제 손에는 둘둘 만 신문지 꽃다발이 들려 있고, 은은한 웃음이 계속 이어져요.
그날은 토요일이었고.
잠시 뒤에는 가까운 친구 부부가 놀러 오기로 한 시간이었습니다.
밖에서 가볍게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 날이 너무 더웠고, 어린이도 있고 해서 집으로 초대를 했지요.
새 식탁이 들어온 날, 급하게 초대한 친구들.
몸과 마음이 바빠졌지만, 이 식탁, 요술 식탁이 아닌가 싶었어요.
좋은 사람, 좋은 시간을 부르는 식탁...!
요상한 억지, 짜 맞추기라도 기분 좋을 대로, 우리 마음대로.
친구 부부에게 식탁 자랑했어요.
오늘 이 식탁이 왔어, 그런데 너희들이 딱 와준 거야.
새 식탁에, 새 의자에 친구들을 앉혀요.
작은 손님은 신나게 놀다 와서인지 소파에 누웠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고요.
우리 넷은 동그란 식탁에 공평하게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라는 어느 동화의 결말 같은.
어느 날의 꿈이 이렇게 들어오고, 정말 그렇게 그려진 8월 10일, 새 식탁의 날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