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던 며칠 전, 기사로 본 사진은 '신석기인이 돌에 새긴 태양의 무늬'였습니다.
그것은 가운데에 작은 원이 있고, 그 원에서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직선이 새겨진, '태양석'이라 부르게 된 돌.
연구진은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을 통해 그 시점이 기원전 2900년쯤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그 즈음 발생했던 화산 폭발로 화산재가 하늘을 덮었으며, 농경생활을 하고 있던 인류에게 약해진 태양광은 몹시도 치명적이었을 것이라는 추론이었는데요.
태양빛을 되돌리고 싶은 간절함으로 돌에 태양의 무늬를 새긴 것이라는 분석이었습니다.
너무나 까마득한 일이지만 지금과 비슷한 모습이었을까 감히 상상해 보았습니다.
곳곳 지역엔 가시거리가 200미터 미만으로 짧아졌고, 먼지인지 안개인지 구분할 수 없는 뿌연 것이 모든 것을 덮고, 모든 색은 회색으로 변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하다 하다 빌다 빌다 그 간절함을 돌에 새긴 신석기인의 기사가 지금도 시의성 있게 다가오는 것은, 이렇게 지금도 여전히 잿빛이기 때문에.
암울한 대기와 추워야 할 때 춥지 않은 이상한 온도 속에서 숨 쉬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잿빛이 나를 덮쳐야 그제야 다시, 대기와 날씨를 생각하게 되고 맑은 날을 감사해하게 됩니다.
오늘은 글을 쓰다 희붐하다,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날이 새려고 빛이 희미하게 돌아 약간 밝은 듯한.
이제 정말 동이 트려나요.
어제는 마스크를 챙겨 쓰며 내일은 조금 나아지려나 약간의 기대를 해보았는데 일어나 보니 정말, 하늘이 맑아져서 어찌나 반갑던지요.
나쁨이었던 대기는 보통으로 내려왔더라고요.
오늘마저 잿빛이었으면 저는 또 날씨 탓을 하며 흐느적거렸을지도 모릅니다.
날씨도 시기도 참 우울한 나날을 지나고 있는데요, 희붐한 끝에 밝음이 올 테니까.
희붐하다 뜻 가장 앞에 나오는 말은, 날이 새려고, 날이 새려고.
흐리다 끝내 조금은 맑아진 오늘처럼. 선명해진 오늘처럼.
다행히 화창해진 날씨 속에서 편지를 씁니다.
희붐. 희붐하다의 어근.
마음 밑에 희붐을 심고, 오늘도 기운 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