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벌써 4월이에요.
잘 지내고 계셨어요?
여기 서울은요, 꽃 핀 나무들이 간혹 보여요.
화사하게 핀 벚꽃나무 한 그루는 벌써 인기 많은 포토스팟이 되어, 저는 멀리서만 보았어요.
저 산 위에 건물 옥상 위에 개나리도 보입니다.
먼저 핀 것은 어찌나 또렷한지, 일찍 핀 꽃들이 반갑게 보이는 요즘.
저는 지금 막 꿀물을 컵에 한가득 담아와 호로록 다 마셨습니다.
일주일 넘게 감기를 달고 있어요.
가까운 동네 내과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은 영 효력이 없었는지 낫지를 않더라고요.
내과 약은 벌써 다 떨어졌고, 약 떨어지며 감기도 똑떨어질 줄 알았는데.
콧물은 여전히 줄줄 나고.
며칠 전에는 일어났는데 오른쪽 입술 옆이 간지러워 막 긁고 거울을 보는데 잉?
포진이더라고요.
왼쪽에 난 포진이 낫자마자 예고 없이 또 찾아온 포진.
나 놀리는 것처럼 조그만 것들이 오돌토돌. 귀엽지도 않아 성가셔.
아 정말 짜증이 났습니다. 신경질이 났습니다. 지겹다 지겨워.
이런 몸뚱이가 막 싫어졌어요.
안 되겠다 싶어 미뤄두었던 한의원에 예약 전화도 해두었어요.
철퍼덕 소파에 앉아 있는데 속이 막 상해요.
그래도 어째. 내 몸 내가 챙겨야지 싶어 이번엔 이비인후과에 가기로 했습니다.
마스크를 코 끝까지 바짝 올리고. 추울까 싶어 목에 스카프도 둘러맸어요.
그러나 날은 어찌나 따뜻한지 마스크 낀 사람들은 내 눈에 보이지 않고, 둘둘 말고 간 스카프는 더워서 훌훌 벗었습니다.
점심시간 바로 지나 병원에 도착했더니, 대기 없이 바로 진료를 받았습니다.
약을 먹었는데도 안 낫고요, 포진도 났어요. 하고 약간은 억울하고 서러운 기분으로 선생님께 마스크 내려 삐쭉한 얼굴을 보여드렸습니다.
선생님은 이구, 어쩌다, 이런 표정을 지으셨는데 그 순간 금세 위안이 되고.
바르는 약이 있어 바르고 있다고 하니 방법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포진이 난 부분만 발라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다 퍼져요.
순간 나는 포진이 났을 때 내가 어떻게 약을 발랐더라 머릿속으로 되감기를 해보는데.
그 사이 선생님은 감기약과 먹는 포진 약도 함께 처방해 주셨지요.
약국을 가니, 약사 선생님은 처방된 약을 보시고는,
면역력이 많이 떨어지셨나 봐요. 식사 잘 챙겨드시고요, 푹 좀 쉬세요.
그러셨어요.
그렇게 병원과 약국에서 콤보로 받은 토닥토닥.
다정과 친절을 받고 나니 집에 오는 발걸음이 쉽게도 가벼워졌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저는 제 몸이 너무하다 싶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저요, 요즘 너무 많이 자는데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요. 얼마나 더 쉬어야 할까요..
그건 다음 주에 한의원 선생님께 여쭤봐야겠지요.
집에 오는 길, 벚꽃나무의 꽃봉오리가 통통하게 차오른 걸 보았습니다.
이제 며칠 뒤면 활짝 꽃이 피겠구나. 이쁘다 장하다. 견뎌냈구나.
생각해 보면 꽃이 팝콘처럼 팡! 한순간에 터지는 듯 그렇게 표현하곤 하지만, 얼마나 차근차근한지요.
조금씩 조금씩 달라집니다.
아파트 앞 목련 꽃도요. 음지에 있고 가지치기를 해서인지 나무가 풍성하지는 않은데 그 와중에도 새로 쑤욱 내민 가지가 의젓하고.
어제 보니 내내 비슷한 색의 나무에서 하얀 목련 꽃이 자그마하게 올라왔어요. 아아 피었구나, 감탄했어요.
목련의 색은 정말 그윽하고 고상해요.
내가 키우는 것은 아니어도 눈에 담으며 응원하게 되는 나무.
집에 돌아와 밀린 일기를 썼습니다.
어느새 1분기가 지나가버렸고, 이렇게 봄이 왔는데.
나는 왜 나는 왜 그러다가.
내가 본 꽃봉오리를 떠올려요. 스스로 여기까지 온 꽃봉오리.
차근차근. 차근차근.
꽃봉오리는 부풀고 이제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그냥 믿는다고, 그렇게 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