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저는 요즘 하루 종일 매미소리와 함께해요. 매미가 우는데 필요한 조건이 온도와 빛이라던데 하루 종일 덥고 밤 늦게까지 밝은 도시라 더 그렇게 우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은 숲길을 걷는데, 따가운 매미소리와 함께 본 풍경이 정말 한여름의 터널같더라고요. 우리는 한여름의 터널 안에 있는 걸까요, 오늘 준비한 것은 여름에 좋을 영화와 노래들입니다. 저는 씨네마운틴의 팬이에요. 씨네마운틴은 토크길잡이 송은이와 개그맨보다 더 웃긴 장항준 감독이 만들어가는 팟캐스트로, 영화라는 산봉우리를 정복하기 위해 입등반을 한다는 캐치프라이즈를 갖고 있지요. 영화 소개를 하다 생각지도 못한 에피소드로 빠지는 게 영화 소개보다 더 재미있답니다. 유쾌하고 유익해서 1화부터 정주행하며 듣고 있어요. (*두 진행자를 인터뷰한 씨네21 기사도 재밌어요!) 가장 최근에 업로드된 44회 방송에서 '인생은 여름방학처럼'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가훈을 적어오라는 딸의 숙제에 장항준 감독이 집에 없던 가훈을 새로 만든 건데요. 들으면서 너무 멋진 가훈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마냥 '신나고 즐겁게'가 아니라 그 뒤에 덧붙인 말은 실상 여름방학처럼 살 수 없지만 이 시기가 끝나면 저 산등성이 너머 우리들의 여름방학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희망, 이런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지었다고 해요. 근래에 만든 가훈은 아닌 듯했지만, 지금의 상황에 필요한 말인 듯했어요. 제가 본 한여름의 터널도 언젠가는 풍경이 바뀔 것이고, 우리가 지나고 있는 이 시기도, 귀 따가운 매미소리도 모두 지나갈 것임을 알아요. 산등성이 너머에 있는 여름방학을 바라보며 희망차게 지내는 것도 좋고 지금을 나름의 여름방학처럼 보내는 것도 희망찬 마음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집의 가훈을 내가 만든다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문장을 만들 수 있을까요. 📽 <영화 추천>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 '호우시절' 씨네마운틴 44화에 소개된 영화는 '그해 여름'이라는 영화였어요. 그와 함께 보면 좋을 영화 '호우시절'이 아주 잠깐 언급되었는데요, 저는 두 영화를 모두 이번 주에 다 보았습니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두 영화 모두 시간이 좀 지난 영화여서인지 각각 1,000원에 볼 수 있더라고요!) 두 영화 모두 좋았지만 이번 레터에서는 호우시절을 추천해봅니다. 건설회사 팀장 박동하는 낯선 출장길에 옛사랑 메이와 우연히 만나고, 각자의 인생을 살던 둘은 그 시절을 떠올리며 금세 가까워지는데요, 이 둘의 만남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 줄거리만 보면 굉장히 뻔해 보이지만 허진호표 멜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영화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호우시절은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를 이은 허진호 감독의 다섯 번째 로맨스입니다.) 중국 청두가 배경인 이 영화는 비 오는 풍경, 대나무숲 등 이국적인 영상미가 어리고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인생에서 누군가를 언제 어디에서 만나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요. '만남' 그리고 어느 '때'에 관한 영화였습니다. 🎵 <노래 추천 1> 이런 콜라보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유튜브 음악채널 '딩고뮤직'을 많이들 아실 텐데요. 시간이 꽤 지난 영상이긴 하지만 이 여름에 들어도 들썩들썩해지는 음악이라 추천드려봅니다. ⇡강산에 X 혁오 '이구아나' 강산에와 혁오밴드와의 역대급 콜라보. 그 와중에 하모니카 소리는 얼마나 좋던지요. 목소리, 멜로디, 스타일 모두가 이렇게 멋지고 조화로울 수 있다니. (가사는 또 어찌나 귀여운지, tmi= 친구의 딸 그림이와 장난을 치다가 "2x9=이구아나"라고 천진하게 외치는 것을 보고 즉석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라고 합니다) 2017년에 나온 영상을 저는 최근에야 봤지만 안 보신 분들도 보신 분들도 모두 신나게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아요. 🎵 <노래 추천 2> 정말 애정하는 목소리 민수님의 거의 모든 곡을 좋아합니다. 그 중 '섬'은 정말 좋아하는 곡이에요. 몇번이고 몇번이고 반복해서 들었지요. 이 여름과 참 잘 어울리는 곡이라 생각해요. 뮤직비디오도 참 예쁜데요, 청량한 바다와 숲, 친구가 남겨준 듯한 자연스럽고 맑은 모습의 민수님이 나옵니다. 가사도 참 좋아요. 섬으로 가요 둘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의 시간이 멈출 것 같은 곳으로 가요 별 거 없어도 돼요 준비하지 말구요 아무 걱정 없는 상태가 되면 좋겠어요. (...) 노래가사를 보면 시 같아요. 한글로 쓰인 노랫말을 곱씹으면서 흥얼흥얼 즐겁게 즐겨주세요 :)P.S. 더위가 계속 된다면 또 여름특집(!)을 들고 올지도 모르겠어요. 아무튼 다음에도 완두콩같은 것을 주워 또 돌아올게요. mind_ryeon@naver.com 수신거부 Unsubscribe |
✦ (정)혜련이가 보내는 편지, HYEPEA LET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