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낮엔 여전히 덥지만 밤공기는 달라진 기분이 듭니다. 밤공기의 기운이 낮에도 퍼질까요. 귀 따갑게 울던 매미소리도 이젠 흐릿하게 들립니다. 한 주 사이에 이렇게 달라지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네요. 오늘은 책 한 권과 샹송 한 곡, 그리고 재미있는 영상을 들고 왔습니다. ⇡ <우리말 동시 사전>의 목차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사전의 형식을 띄고 있으면서 각 뜻풀이를 동시로 풀어낸 책이에요. 정말 정말 좋은 책이지요? :) 그 중 '가다'라는 동시(인터넷 서점에서 미리보기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21p)를 함께 보려고요. 말복도 지났고, 여름이 가고 있는 이 시점에 이 시를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았어요. 가다 냇가로 가서 물놀이를 할까 하루가 다 간 줄 모르고 놀았더니 더운 날씨에 도시락이 맛 갔네 그래도 목소리가 가도록 노래하며 논다 가는 말 오는 말 상냥한 말 꽃길을 가고 숲길을 오는 마실 하늘로 가신 할아버지가 남긴 우리 집 시계는 똑딱똑딱 잘 간다 마음이 가는 결을 살피면서 술술 붓이 가는 그림 으뜸가는 빛이 아니어도 꾸준히 밝게 가면 반가운 그림 주름이 가는 미움이 아닌 기쁜 길로 가려 한다 너도 둘 나도 둘 가는 몫 깊어 가는 저녁에 밤알 같이 먹자 뜻풀이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가다: 여기에 있다가 여기 아닌 곳으로 있도록 움직이기에 가다라고 해요. 다른 데에 있도록 움직이지요.가다.라는 동사로 이렇게 멋진 동시를 쓰셨다니 감탄이 나옵니다. 저는 이 중에서 '으뜸가는 빛이 아니어도 꾸준히 밝게 가면 반가운 그림'이라는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꾸준히 밝게 가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 <노래 추천> 2019년 여름, <배철수의 음악캠프> 방송에서는 배철수 DJ님이 휴가를 간 열흘 동안 스페셜 DJ들이 그 빈자리를 채웠는데요, 그중 한 명이 김영하 작가님이었어요. 제일 좋았던 것은 마지막 날에 들려준 '선곡의 이유' 였는데, 여기에 그 일부분을 공유해봅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노래는 제목부터 좀 난해합니다. 날아서 새인데, 날지 못한다니. 그리고 갑자기 웬 미국의 입? 무슨 뜻인지 모르겠고, 가사들도 논리적인 연결이 잘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름답습니다. 미술관에 가면 많은 관람객이 그림 설명을 뚫어져라 봅니다. 그러나 설명이 아름다움과 감동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아름다움들에는 논리가 없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아도 우리는 그것을 즐길 수 있습니다. 먼 나라의 노래들이 그렇고, 해질녘의 하늘이 그렇습니다. (...) 이해하지 못한다고 아름다움이 사라지지 않듯이, 상상 속의 존재라고 해서 우리에게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의 정신 속에, 이야기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현실의 인간들보다 더 리얼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 단박에 이해되는 것, 석 줄로 요약되는 것들과만 살아간다면 인간의 삶이란 참으로 공허할 겁니다. -2019.8.16일자 <음악캠프> 선곡의 이유 중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선곡한 곡은 Iron and Wine의 Flightless Bird, American Mouth 였습니다. 이 글과 함께 소개하고 싶은 곡은 라따뚜이 OST인 Le Festin이라는 곡이에요. 저는 라따뚜이를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생쥐 '레미'는 절대미각의 소유자로 우연히 파리의 최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최고의 요리사를 꿈꾸는 레미는 과연 그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애니메이션 라따뚜이도 함께 추천합니다. (*tmi: 라따뚜이는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에서 즐겨먹는 야채 스튜입니다.🍲 ) Le Festin은 축제라는 뜻이래요. 번역한 영상이 있지만 일부러 번역가사가 없는 것을 가져왔어요. 일단 원곡만 듣고 그다음에 번역된 가사와 함께 듣는 것을 추천합니다. 가사를 찾아보면 생쥐 '레미'를 위한 듯 보이지만 크게 보면 우리 모두에게 어울리는 가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지만 프랑스어는 참 아름다워요. 그래서 이 음악도 참 좋게 들립니다. 정확한 뜻을 모르지만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껴요. 팝송, 재즈, 샹송 같은 외국의 음악들을 들을 때나 한눈에 알 수 없는 그림을 볼 때 그 말을 떠올립니다. 내가 보고 듣는 것에 대체 저게 뭐야, 알아듣지도 못하는 음악은 왜 들어, 라고 누군가가 딴지를 걸면 이렇게 되받아 치거나 혹은 마음으로 이런 주문을 외면 됩니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아름다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수많은 아름다움에는 논리가 없다,라는 말을요. 각자의 눈과 마음에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보고 듣는 한 주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재미있는 광고> 재미있는 영상이 있어 들고 왔어요. 65년째 감칠맛 담당인 '미원'의 서사가 담긴 광고 영상인데요, 미원을 맡은 배우 김지석님은 사실 주연보다는 조연역할로 극 중에 자주 나오잖아요. 캐스팅도 찰떡인 듯 싶었는데 광고가 무려 4분 31초. 끝까지 세심하며 유쾌하게 잘 풀어낸 광고더라고요. 조연도 주연이 될 수 있고, 조연도 조연인 채로 아름다운(!) 미원광고영상을 한 번쯤 보셔도 좋을 듯 싶어요. 식당에 가면 나는 그 맛있는 맛이 집에서는 절대 나지 않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 흉내낼 수 없는 감칠맛이란 모두 미원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얼마 전에 저도 미원을 샀는데요, 이제 이 광고를 볼 때마다 애절한 김지석 배우가 생각나고.. 맛있는 맛을 내곤 흔적 없이 사라지는 미원을 귀엽게만 볼 것 같습니다 :) 주연이든 조연이든 제 할 일을 해내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일까요. 미원의 매력이 급상승한 영상이었어요. P.S. 천천히, 그리고 또 빨리 가는 이 여름을 잘 보내시길 바라요. 저는 다음에도 완두콩같은 것을 주워 또 돌아올게요. mind_ryeon@naver.com 수신거부 Unsubscribe |
✦ (정)혜련이가 보내는 편지, HYEPEA LET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