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저는 이상하게 마음이 힘든 한 주였습니다. 책장에 서서 이런저런 책을 보니 소소한 것들에 대한 문장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런 글들을 한 데 묶고 거기에 음악 몇 곡을 더해 보내드립니다. 📖 소중한 문장들 산책할 때 내가 기웃거리고 궁금해하는 것들도 모두 그렇게 하찮다. 그러나 내 마음에 거대한 것과 함께 그토록 소소한 것이 있어, 나는 덜 다치고 오래 아프지 않을 수 있다. 일상의 폭력과 구태의연에 함부로 물들지 않을 수 있다. 내가 보는 것이 결국 나의 내면을 만든다. 내 몸, 내 걸음걸이, 내 눈빛을 빚는다. - 한정원, <시와 산책>, 시간의 흐름 25p. 공책을 살펴보니 무람하게도, 행복이 죄다 자그마한 일들이란 걸 깨달았다. - 박연준 산문집, <모월모일>, 문학동네 103,104p.일상에서 언제라도, 누구와라도 누릴 수 있는 것들. 소소하고 평범한 일들. 별일 없이 잠자리에 들고, 별일 없이 침대를 정돈하는 아침. 계절을 겪고,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는 일이란 것임을 알게 되었다. (...) 무엇보다 행복은 '바라기'보단 '찾기'에 가깝다. 찾아내고 감사하기. 우리는 '사소한'을 '시시한, 별것 아닌, 하찮은'과 혼동하곤 하지만 카프카는 우리에게 있는 것은 일상뿐이고 '사소함'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우리 인생은 짧으므로 감탄할 만한 것을 손에 꼭 쥐고 있어야 한다. - 위의 책 (정혜윤, <뜻밖의 좋은 일>, 창비 303p.) 내가 보는 것이 나를 만든다, 무엇보다 행복은 내가 바라기보다 찾아내야 하는 것. 그리고 우리 인생은 짧으므로 감탄할 만한 것을 손에 꼭 쥐고 있어야 한다는 문장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손을 움직여 책을 꺼내고 몇 문장을 눈에 담았을 뿐인데 이상하게 조금 힘이 났어요. 이런 문장들 이야말로 손에 꼭 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 예쁜 건 같이 봐요 지난 주말, 오랜만에 고향에 갔습니다. 언제 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되었어요. 아빠는 퇴직 후 논을 가꾸며 엄마는 그 작은 모서리 땅에 갖은 채소와 꽃들을 심으셨죠. 논도 구경하고 채소도 구경하러 아빠엄마를 따라 갔어요. (두 분의 성을 각각 따서 '정이농장'이라고 이름도 만드셨어요.) 저는 정이농장에서 벼에 핀 꽃도 보고요, 개구리도 보고요, 봉숭아꽃도 보았어요. 꼬마 시절에는 시골 할머니 댁에서 봉숭아꽃과 잎을 툭툭 따고, 할머니가 어디 깊숙이 보관해둔 백반을 꺼내주시면 평평한 돌을 찾아 내어 그것들을 한데 모아 놓고 빻아 손톱에 물들이기나 했지, 지금껏 자세히 들여다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이제야 처음으로 봉숭아꽃을 자세히 들여다 봤어요. 참으로 예쁘더군요. 다 커서는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봉숭아 물이 이제는 그립고 예쁘게만 보여요. (손톱에 물들이고 싶은 마음에 엄마가 미리 따놓은 마른 봉숭아꽃들을 가져오기도 했어요.) ⇡ 오후 햇살에 빛나던 봉숭아꽃입니다. 그나저나 저의 고향은 갈 때마다 쇠락의 기운이 느껴져요. 그런 점은 참 슬프고 안타깝지만 오랜만에 간 아빠엄마 품에서 방학맞은 듯 잠시나마 즐거움을 누리고, 예쁜 것을 보고 오니 충전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이 기분이 무엇인가 싶었는데 쟈드의 Hometown이라는 노래가사가 딱이더라고요. (⇣이미지를 클릭하면 노래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잊고 있었던 고향의 따뜻함, 풍경, 향기를 느낀 주말이었습니다. 가수들은 이런 느낌을 가사로 쓰고 멜로디를 붙이고 부르다니, 참으로 부럽습니다. 🎵 <노래 추천> 최고은 - Ordinary Songs 포크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정규 1집 앨범[I WAS, I AM, I WILL]에 담긴 곡입니다. 그는 춘천에 거주하며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의 음악을 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대요. 특히 이 곡은 즉흥적으로 스튜디오 밖, 의암 호수 근처에서 녹음했다고 해요. 주변의 새 소리와 적당한 소음, 그리고 관람객과의 대화도 그대로 담겨 있어 생생한 음악을 들을 수 있어요 :) P.S. 선선한 바람이 붑니다. 기분 좋은 주말 보내시길 바라요. 저는 다음에도 완두콩같은 것을 주워 또 돌아올게요. mind_ryeon@naver.com 수신거부 Unsubscribe |
✦ (정)혜련이가 보내는 편지, HYEPEA LET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