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오늘은 비누 같은 마음에 대해, 그리고 관계에 관한 짧은 애니메이션과 위로가 되는 음악 한 곡을 소개해 드리고, 천천히 구경하면 좋을 책 축제를 짧게나마 소개해 드립니다. 🙂 둥그런 비누 같은 ⚪️ 얼마 전에 구입한 새 비누를 쓰고 있어요. 네모반듯한 직사각형의 비누는 모서리가 뾰족하여 날카로운 느낌마저 듭니다. 만져도 되는 가시 같아요. 제대로 씻어 내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 손으로는 버거워 두 손으로 잘 문질러줘야 해요. 뾰족하고 각진 비누를 쓰다듬다 보면 비누의 모서리는 점점 뭉툭해지고 타원형에 가까워집니다. 저는 비누가 닳은 둥그스름한 모양을 좋아합니다. 각진 것은 다루기 어렵지만 둥근 비누는 손 안에 쏙 들어와 뒹굴뒹굴할 수도 있습니다. 비누를 마음이라고 생각해 보았어요. 각진 마음을 누군가 정성스레 쓰다듬어주면 둥글어지는 것 같아요. 그런 사람에게는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그렇게 저는 둥그레져서 누군가를 아프게 하지 않고, 누군가의 때를 흉보지 않고, 누군가를 잘 안아주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적당히 단단하면서, 부드러운 마음과 모양을 가진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 서서히 녹아 사라지고 있는 비누를 보면, 구본창 작가님의 '비누'시리즈가 생각납니다. 비누 연작을 처음 보았을 때, 일상을 포착하는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구나 느꼈어요. 정말 아름다운 보석 같았지요. ⚪️ 문득 단추처럼 작아진 비누로 비누반지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재미난 상상도 해봅니다. 긴 타원형이 될 수도 있고 둥근 네모가 될 수도 있어요. 쓴 사람에 따라 모양이 다르고 집집마다 색이 다른 반지. 급할 땐 어디서든 손을 씻을 수 있어요. 비가 오는 날이 포인트인데, 그런 날에 비누반지를 살살 문지르면 거품이 나고 손에서 비누 향이 짙게 날 것 같아요. 거리거리에 비눗방울은 뭉게뭉게 피고요, 은은한 꽃향기도 나고 과일향도 납니다. 환한 미소가 가득한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져요. 그런 그림책이 나오면 즐겁게 볼 것 같아요. 아니면 제가 나중에 만들어 볼 수도 있을까요? 😉 💛 사랑과 관계에 대한 8분 정도 되는 짧은 애니메이션을 가져왔습니다. 영상 속엔 평범한 커플이 나와요. 남자는 가슴에서 푸른 색의 무언가를 꺼내 여자에게 건넵니다. 이 둘은 사랑하게 되고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내지만 이내 시들어져 버립니다. 여자는 남자에게 받았던 푸른 것을 끝내 다시 돌려주지 않고 떠나버리죠. 이별 후 남자는 알 수 없는 공기로 둘러쌓이고, 그에게 새로운 사람이 나타납니다. 그 둘은 어떻게 관계를 이어나가게 될까요, 결말을 다 말해버리면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영상을 봐주세요. (영상 속엔 남자와 여자로 구분지어 나왔지만, 성별이 중요한 것 같지 않아요. 어떤 실루엣이어도 상관 없을 것 같았습니다.) 둥그런 비누로 시작해 동그란 무언가가 나오는 영상을 소개하게 되었네요. ㅎㅎ 짧지만 즐거운 감상하시길 바라요. 🔅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해 Brandi Carlile(브랜디 칼라일) - That Wasn't me 위 곡은 올해 9월에 개봉한 넷플릭스의 '릴리와 찌르레기(The Starling)'라는 영화에서 알게 된 곡입니다. ♬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봐, 할 말이 있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라거나 잊으라는 게 아니야. (...) 처음부터 틀리고 인정하는 것은 놀라운 것이 아니야. (...) 하지만 난 네가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해. 위 영화는 아기를 잃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주인공 릴리가, 어느 날 정원에 둥지를 튼 찌르레기와 사투를 벌이며 정신 병원에 입원한 남편과 함께 치유의 여정을 그려 나가는 영화입니다. 이 곡이 아마 끝부분에 나오는 걸로 기억하는데요, 가사를 번역해 보니(물론 번역기에 의지했습니다만..) 영화와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래 가사에서 내가 약할 때 보인 나의 모습은 그게 아니야,라고 말하면서 끝에 가서는 약할 때의 나의 모습도 결국은 나일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중간에는 누군가를 위로하기도 하죠. 약한 나와 힘든 너를 모두 위로해 주는 곡인 것 같아요. 📚 요즈음 딱, 책 축제 두 곳의 책 축제를 알려드립니다. "언리미티드 에디션"과 "순천아트북페어 자란다" 입니다. 저는 두 곳 모두 온라인으로 방문해 보았습니다. (tmi: 저도 아트북과 독립출판물을 좋아하여 여러 창작자님들의 책을 잔뜩 샀어요...) 신기하고 재미있고 아름다운 책이 많으니 여러분들도 천천히 즐겁게 구경해 보세요 :^) (*이미지를 클릭하면 해당 사이트로 이동합니다. / 자세한 사항은 아래 인스타그램 주소를 참고해 주세요.) <제 13회 언리미티드 에디션>
<제 4회 순천아트북페어 자란다>
P.S. 입동이 가을을 몽땅 데려가고 완연한 겨울을 데려왔어요. 이렇게 칼같이 계절이 바뀌다니요, 여러분-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지내세요. 오늘도 두서없는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다음에도 완두콩같은 것을 주워 또 돌아올게요! mind_ryeon@naver.com 수신거부 Unsubscribe |
✦ (정)혜련이가 보내는 편지, HYEPEA LET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