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오늘은 일기와 숨에 관한 문장, 그리고 음악 한 곡을 소개해 드립니다. ✍️ 하루 끝에 일기를 씁니다 요즘은 거의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일기를 쓰면서, 문장을 쓰는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푼다. 소설 문장을 쓰느라고 긴장한 뇌를 이리저리 풀어준다는 느낌으로, 아무렇게나 쓴다. 하지만 어느 날엔 문득 용기가 사라지고 그런 날엔 소설도 일기도 쓸 수 없다. 그럴 땐 음악의 도움을 받는다. 다른 사람이 애써 만들어낸 것으로 내 삶을 구한다. -황정은 에세이, <일기>, 창비, 19p 일기가 창작의 근간이 된다는 말은 흔하지만 사실 일기가 시나 소설이 되지 않아도 좋다. 무언가가 되기 위한 일기가 아니라 일기일 뿐인 일기, 다른 무엇이 되지 않아도 좋은 일기를 사랑한다. 오늘은 일기에 관한 문장들로 시작해 봅니다. 저는 일기를 씁니다. 아무도 제게 왜 일기를 쓰냐고 묻지 않았지만 제겐 그 물음이 계속 따라다녔어요. 어떤 것에는 '왜'에 대한 물음과 답이 필요 없는 것도 있을 텐데, 저는 일기를 쓰는 것에 '왜'라는 마음이 붙어 궁금했어요. 이렇게 손으로 무언가를 적는 행위, 이 쓸데없고 무해한 것이 내게 어떤 도움이 되는 걸까. 저의 경우엔 일기를 쓴다고 해서 문장력이나 어휘력이 좋아지거나 하지도 않더라고요. 곰곰이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은, 하루를 잘 살아보고 싶어서 혹은 잘 살아낸 척하고 싶어서 제 하루 끝에 적는 애틋한 행위더라고요. '일기를 씀'으로 해서 얻어지는 어떤 결과가 아니라 그저 제 하루치에 대한 애정의 마음을 어떻게든 끄집어내어 종이에 적는 것이었어요. 나를 타인화해서 보면 어느 날은 안쓰러워 보이기도 하잖아요. 그럼 막 잘해주고 싶죠. 일기를 애틋함이라고 결론지어버리니까 마음이 한결 후련하고 편안했습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하고 있던 제게 '왜'라는 질문과 답이 필요했나 봐요. 문보영 작가님의 말대로 일기는 일기일 뿐인 것이죠. 일기를 오래 쓴 것은 아니지만 제게 일기는 습관이 되었습니다. 일기를 쓰는 것은 부끄러워 숨기고 싶은 일이 아니라 오히려 작은 자랑이 되어서 이렇게 편지에도 쓰고 있습니다. 🙂 제 일기장 안에는 하루의 날씨와 일과만을 텁텁하게 적는 날도 있고, 악한 감정만을 분출하는 날도 있고, 기분이 좋아 솜사탕처럼 둥둥 뜨는 날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가끔 제 일기를 훑어보는데, 재미있고 신기합니다. 일기의 모든 문장들을 가장 최근인 날인 '오늘'에 읽어보면 생생했던 모든 날들이 과거가 되고 먼발치에서 보는 구경꾼의 마음이 된다는 것이 재미이고요, 신기한 것은 그냥 흘러갔을 일도 문장이 되어버린 글로 보면 아주 새롭다는 것입니다. 제 일기에 있는 다른 날의 문장들을 몇 개 적어보자면, '날이 정말 좋았는데 지금은 비가 온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면 좋겠다' '내일은 또 어떤 기죽음과 절망이 있으려나' 이런 문장들이 있어요. 정말 평범하고 별 것 아닌 짧은 문장들인데 모두 다르게 쓰여진 글씨체와 각각의 날짜가 합쳐져 그땐 그랬구나 하며 코웃음 치며 보는 일이 제가 느끼는 일기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가장 최근엔 이런 문장도 있었어요. '마음이 급해진 사람처럼 나간다. 이 가을은 짧다.' 여러분, 정말요. 이 가을은 정말 짧기만 하네요. 부지런히 다니고 싶고, 부지런히 애틋하게 쓰는 가을을 보내고 싶습니다. 🎈 저는 가끔 모델처럼 걸어요 얼마 전에 빠진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바로 '명상'입니다. 빠졌다고 하기엔 과장인 것 같고 발가락 하나 정도를 살짝 담갔다고 할까요. 그래도 제게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 같아 기뻐요. 명상의 세계는 남의 나라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명상이라는 것을 짧게 경험하고 난 뒤, 아니 이것은 엄청나게 좋은 것이었구나!? 라는 걸 몸소 느껴버렸습니다. 이 장면을 만화로 그릴 수 있다면 두 눈의 동공이 커지며 깨달음의 글씨를 크게 쓰고 그 끝에 느낌표를 엄청 달았을 거예요. 보고 싶은 것은 직접 봐야 좋고, 맛있는 것이라면 직접 먹어봐야 하듯이, 이 명상도 제게는 해봐야 아는 영역이었어요. 해보니 좋더라, 하는 그런 감각이 열렸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이 '숨'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대단한 것인지 얕게나마 알 수 있었어요. 그러니 이제 제 눈에는 아래에 있는 이런 책이 보이는 것입니다. 우리는 매 순간 숨을 쉰다. 하지만 숨을 제대로 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는 숨을 의심하지 않으며 당연하게 여긴다. 그래서 내가 숨을 가르치고 숨 쉬기 연습을 제안하면 우습게 여기거나 냉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너무 쉬운데, 이런 게 효과가 있겠어?" 하지만 나와 함께 연습하는 사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단숨에 깨닫는다. 숨 연습은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부터 일, 스트레스, 후회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면에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며 건강을 증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사실을 말이다. (…) 숨 쉬기 연습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들숨에 1,2,3,4를 세고 날숨에 4,3,2,1을 세는 단순한 연습이다.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하는 몇 초의 숨이 당시의 나에겐 유일하게 안정감을 주었다. 아마 저도 명상이나 호흡법에 대해 냉소했던 것 같아요. 그런 태도는 얼마나 어리석고 쉬운 것인지요. 잘 모르면서 우습게 여기는 태도는 정말 지양하고 싶습니다. 저는 위 글을 지하철에서 읽었는데, 저도 모르게 들숨에 1,2,3,4를 세고 날숨에 4,3,2,1을 따라 하게 되더라고요. 아주 잠깐이었지만 숫자를 세며 숨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간단한 훈련법을 안다면 언제 어디에서든 짧게나마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외에 또 눈에 들어온 책은 <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이라는 책인데요. 여기서 '밝고 환한 표정을 짓는 몸'이라는 말이 나와요. 저도 그런 몸을 갖고 싶어요. 이쯤에서 부끄럽게 고백을 하자면 저는 가끔 한가한 곳에서 모델처럼 걸어요. 그들의 걸음은 멋있어 보여요. 잘은 모르지만 흉내 내봅니다. 모델이 되기 어렵지만 그저 잠시, 모델의 기분이 되어 보는 것이죠. 걸음의 템포를 조금 올리고 턱을 살짝 들고 어깨를 펴고 가슴은 하늘을 향해 걷습니다. 여긴 길바닥이고 나는 일반인이지만, 여긴 런웨이고 나는 모델이다, 이입하며 홀로 조용히 집중합니다. 사실 모델의 걸음이라기보다는 씩씩하게 뚜벅뚜벅 걷는 모양새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걸으면 기분이 신기하게 달라져요. 그때가 바로 밝고 환한 표정의 몸이 된 순간일까요 :) 🖤 여기, 우리는 함께 있지 Jose Gonzalez(호세 곤잘레스) - Visions 호세 곤잘레스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에 삽입된 'Stay Alive'라는 곡으로 알게 되었는데요. 얼마 전 새 앨범 'Local Valley'가 나왔어요. (앨범커버도 정말 예뻐요!) 그중 Visions이라는 곡을 소개합니다. 이 곡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지구의 날 축하 공연에서 발표되었다고 해요. 2020년 2월 무렵 유행병에 대한 트윗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보고 가사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 현실을 봐. 우리는 솔직하게 받아들이면서도 다음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없어. 다음이 무엇인지 정말 알 수 없어. 하지만 우리는 이 일에 함께 있지, 우리는 여기에 함께 있지. 위 영상에서는 호세 곤잘레스가 숲속에서 라이브를 하는 모습과 함께 자연스러운 새 소리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P.S. 여러분은 어떤 가을을 보내고 계시나요, 언제 어디서나 무탈하시기를 바라요. 오늘도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다음에도 완두콩같은 것을 주워 또 돌아올게요! mind_ryeon@naver.com 수신거부 Unsubscribe |
✦ (정)혜련이가 보내는 편지, HYEPEA LET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