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무탈히 잘 지내고 계신가요 :) 왜 벌써 1월 중순을 향해 가고 있는 건지, 올해는 작년과 다르게 1km만큼 시간이 더 빨라진 건 아닐까 하고 말도 안 되는 의심을 해보지만 그런 것은 아니겠죠. 편지를 읽을 때만큼은 시간이 느리게 가기를, 이번 편지도 천천히 잘 읽어주세요 😉 〰️ 나를 데리고, 잘 가보자 첫 문장을 시작하는 것은 대체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일단 한 문장을 써봅니다. 이렇게 저는 벌써 세 번째 문장을 쓰고 있지요. (하하.) 첫 문장의 시작이 어렵듯 1월이라는 첫 달 안에서 저는 약간의 부담과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왠지 더욱더 잘 지내야 할 것만 같고 꼼꼼히 계획적인 하루하루를 살아야 할 것만 같아요. 나는 나에서 조금 달라지는 것뿐. 새해가 되었다고 해서 새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 텐데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고, 오늘 안에서도 나는 무수히 바뀌고 달라집니다. 강물처럼 바뀌고 하루하루가 그렇게 흘러가요. 찌뿌둥한 기분에 추운 날씨까지 더해져 자꾸만 굽어져가는 어깨와 마음을 피는 것은 의지의 문제. 첫 문장을 지나 여기까지 잘 왔듯이 이번 달도 어떻게든 흘러갈 것입니다. 그래도 계속 계속 다잡아 보는 것은 어떻게든 살아지는 거 말고 잘 살아내 보자고 다짐하는 것. 흐르는 강물 같은 나를 잘 데리고 가보자고, 어르고 달래봅니다. 어제 흐렸다면 오늘은 좀 맑아지겠지, 흘러가겠지, 지나가겠지, 괜찮아지겠지 하고 믿으며, 흐림과 맑음 얕음과 깊음 구간을 반복 또 반복합니다. 그 와중에 자꾸 찾아오는 자기 허무에서 덜 허우적거릴 것, 빨리 빠져나올 것. 그러기 위해 자신과 타협하는 자세보다는 이기는 쪽의 상황을 자주자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못나고 어리석은 나 '놈'이 아니라, 기특하고 뿌듯한 나 '님'이 되기 위해서 말이에요. 그것은 물 자주 마시기, 하루 5분의 스트레칭, 영어 한 문장 이상 듣기, 밤 12시 전에 자기 같은 그런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너무 커서 못할 것 같은 일 말고, 애계? 하고 우습게 볼 것만 같은 일들부터요. 다 해놓고 나서 기분 좋게 찰랑찰랑 물장구를 칠 것만 같은 하루하루, 그런 흐름 속에서 지내보고 싶어요. 어느 순간에는 모두 감당할 만한 그물 속에 살겠지 우리는 개인이고 아름다움은 반드시 편집되니까 잊어 마땅한 일은 없어 마땅한 어울림 같은 것도 어떤 것도 처음이 될 수 있다면 너와 너의 세계가 지속되길 바라 사랑의 뉘앙스로 다음 그림은 조금 천천히 그려져도 괜찮아 -장수양 시집, <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 '사랑의 뉘앙스' 일부분 중에서(87-88p) 이 부분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읽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읽힐 테죠. 남들이 아는 아름다움은 편집돼도 괜찮아요, 나만 알고 있는 아름다움이 있잖아요. 부디 저의 세계가 잘 지속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 완두콩만 보면... 완두콩 레터를 쓰는 발행인으로서 완두콩만 보면 눈이 커집니다. 완두콩 모양의 도자기를 보아도 반갑고, 완두콩 그림을 보아도 반갑고, 완두콩 글자를 보아도 반갑습니다. 완두콩은 여기저기에 자연스레 있을 뿐이었고, 저는 그 작고 동그란 완두콩을 가끔 볼 때마다 가볍게 도레'미' 정도로 귀여워했을 뿐인데 요즘의 저는 '솔'을 넘어 '라'나 '시' 정도로 아주 한껏 높여 반가워하고 있으니 완두콩 모양을 한 여러 완두콩들은 저를 보고 약간 당황스러워할지도 모르겠어요. 아무런 연관이 없던 완두콩과 저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생긴 기분입니다. 언젠가 도자기 공방에 가게 된다면 완두콩 모양의 무용한 오브제나 유용한 수저받침 같은, 그 어떤 것이라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완두콩을 까다 보면 아무 얘기라도 나직하게 주고받게 된다. 노랫소리와도 같은 이런 말들은 우리 마음의 깊고 평온하고 친숙한 곳에서 샘솟는 것처럼 느껴진다. (...) 현재 하고 있는 일이나 앞으로의 계획, 최근의 피로 등에 대해 말하지만, 애써 분석하지는 않는다.(...) 5분이면 끝날 일이지만 옷소매를 추켜올리고 하나하나 완두콩을 까면서 아침 시간을 느긋하게 지내는 것도 괜찮다. 샐러드 볼에 가득 담긴 콩 속에 손을 넣어본다. 올망졸망 모여 있는 둥근 완두콩들이 은은한 초록색 물처럼 느껴진다. 그런데도 손이 젖지 않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연한 빛깔 행복이 침묵 속에서 한동안 이어진다. -필리프 들레름 에세이(고봉만 옮김), <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 문학과 지성사, 12-13p 저는 이제 이렇게 '완두콩 깍지를 까는 일(위 글이 실린 제목입니다.)' 같은, 어렵지 않지만 다 해놓고도 휙 지나가 버릴 일에 대해 세세히 서술한 문장을 보면서 유달리 더 반가워합니다. 연한 빛깔의 행복. 이 좋은 어감의 단어들을 주워 주머니에 담습니다. ✨ 가고 싶은 곳 출처: 그린랩 인스타그램 1. 서울숲 그린랩 저는 이곳을 안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숲속을 바라보는 통유리 창의 사진을 보고 무척 가고 싶어지더라고요. 지금은 겨울이라 창문 밖이 사진과는 또 다른 표정이겠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또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린랩은 리추얼을 다루는 공간이라고 해요. 차 리추얼부터 플라워, 명상, 요가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 그린랩 주소: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18-11 출처: 아모레퍼시픽 사이트 2.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 한동안 쓰임을 제대로 찾지 못했던 이 양옥은 우아함과 세련미가 더해진 오설록 티하우스가 되었습니다. 70년대 가옥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으며, 마당과 테라스를 포함 총 3층에 걸쳐 차와 관련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하니 저도 어서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 주소: 서울 종로구 북촌로 45 (+덧, 오설록 티하우스 아래에는 한옥+양옥의 콜라보가 멋진 설화수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도 있습니다 .) 🎼 천천한 음악들 오늘은 두 곡을 가져왔고, 모두 피아노 연주곡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거나 아래 연두색 버튼을 누르면 유튜브에서 음악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정재형 - 오솔길 방송에서 보여주는 유쾌한 모습은 익숙했지만 정재형 님의 피아노곡이 이렇게 좋았는지는 사실 잘 몰랐어요. 소개해 드리는 곡이 앨범 첫 트랙인 '오솔길'이라는 연주곡인데, 편안하면서도 참 서정적입니다. 1번부터 이렇게 좋으니 마지막 8번 트랙 '가을의 뒷뜰'까지 쭉 천천히 들어보려고요. LE PETIT PIANO 앨범은 2010년에 나온 그의 첫 피아노 연주 앨범입니다. 전수연 - 강물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전수연 님의 피아노곡입니다. 오늘 완두콩 레터글에 강물같다는 표현을 하며 시작 글을 열기도 했는데, 위 곡을 우연히 듣다가 좋아서 제목을 보니 '강물'인 거 있죠. 참 신기했어요. 강물을 어떤 멜로디로 표현했는지 들어보시고 어떠한 그림이 그려지는지 상상하면서 들어보세요 :) 저는 이어폰으로 위 곡을 들었는데 참 좋았습니다. 천천히 걷는 요즘의 겨울 산책과 잘 어울리는 곡인 것 같아요. P.S. 날씨가 다시 또 추워졌어요. 따뜻하게 입으시고요,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지내세요. 🧣 NOTE 저번 주에는 꾸준한 편지를 더 잘 보내드리기 위해 용기 있게 후!원!을 외쳤지요. 후원금을 보내주신 분들이 계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자랑할 곳은 이곳뿐이라 여기에 자랑해 봅니다 :D 소중히 소중히 잘 쓰겠습니다. 🚀 뉴스레터 후원 🚀 3333-04-0148917 (카카오뱅크, 정혜련) (후원이라는 이야기에 부담 갖지 마세요, 떠나가지 마세요. 후원은 자유입니다.) 꾸준히 읽어주신 것만도 제겐 더없는 후원이고 힘입니다. 완두콩 구독자분들 모두 모두 감사드려요! mind_ryeon@naver.com 수신거부 Unsubscribe |
✦ (정)혜련이가 보내는 편지, HYEPEA LET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