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흥! 안녕하세요! 🐯 귀여운 호랑이와 함께 새해 첫 편지를 띄웁니다. 모두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시,시,시작 글귀와 함께 새하얀 눈 밭에 누워있는 해맑은 아이들 그림이 있었는데, 나도 저렇게 눈밭에 눕고 싶다는 마음이 들다가 자꾸자꾸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 좋아서 속으로 읊조려보기도 했어요. 이러다 또 까먹어 버리겠지 싶어 사진으로 남겨 놓으려는데 버스는 서서히 그곳을 지나쳐버렸어요. 아쉬운 마음에 부랴부랴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 메모장에 옮겨 적어 놓았습니다. 괜찮아 다시 그려보자 하늘이 내려준 새하얀 도화지 위에 여러분, 새해맞이는 잘 하셨나요? 하얀 도화지 같은 새해가 왔습니다. 사실 저는 하루 사이에 해가 달라지는 것이 여전히, 아직도 신기하기만 합니다. 31일과 1일 사이의 간극이 제게는 너무나 큽니다. 31일만 해도 연말 기분에 푹 빠져 있다가 하루 만에 새해 속으로 들어가 새 마음 새 기분으로 살아야 한다니. 이거 참 어색합니다. 해가 바뀌고 나서도 일기를 쓰거나 메모를 할 때 여전히 몇 차례나 연도에 21을 적었어요. 새해와 친해지기까지 제게는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할 듯 보입니다. 1월 1일 새해 첫날에, 저는 평소와 달리 6시 반쯤 눈이 떠졌습니다. 계획한 것이 아니어서 일찍 일어난 자신에게 약간 어리둥절했지만, 이렇게 된 김에 하루를 잘 보내고 싶어졌습니다. 집에 있는 작은 종을 치며 조용히 새해 의식을 치르고, 짧게 명상을 하고 아침밥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었어요. 베란다에 나가서는 그제서야 떠오르는 햇님의 아우라에 대고 간절히 두 손 모아 소원을 빌기도 했지요. 오후에는 천천히 성곽길도 걸었고, 카페에 가서 올해의 리스트도 만들었어요. 이렇게 꼼꼼한 첫날을 보낸 적은 없었는데 이렇게 한 해를 시작하니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오전에 안 먹던 커피를 아주 맛있게 먹었던 탓일까요, 하루 종일 저는 날아다녔습니다. 1만 6천보를 넘게 걷고 집에 돌아온 저는 그때까지도 무엇이든 거뜬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처럼 굴었어요. 내가 가는 길 누가 막을쏘냐 나는 무조건 잘 될 테다, 그런 자신감으로 충만한 하루였지요. 하지만 바로 다음날, 저는 다시 연말 감성의 인간이 되었습니다. 어제의 나를 그리워하며 축 쳐버린 몸과 마음을 가눌 수 없어 괜히 어디론가 떠나고만 싶었어요. 사람은.. 아니 나란 인간은 이렇게나 한심하고 나약하구나. 무 자르듯 그렇게 새사람이 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어요. 하루 만에 나약해진 사람은 어떻게 일어서야 할까요. 새해 첫날에 계획표를 어떤 모양으로 만들면 좋을지 가로로 세로로 원으로 열심히 틀만 잡아놓고는 정작 집에 돌아와 계획표 안에 꾸준한 계획을 적지 않는 것은, 아직은 그렇게 열심히 살고 싶지 않은 회피와 유예의 마음일까요. 무언가 적어버리면 빠짐없이 이렇게 살아야 할 것 같고, 하지 않으면 좌절감에 빠질 것 같은 기분은 썩 유쾌하지 않습니다. 천천히 걷던 사람이 갑자기 요 이 땅! 하는 소리에 바로 뛰어야 할 것 같은 단칼 같은 시작이 싫어 자꾸자꾸 미룹니다. 저는요, 뛰기 전에 준비운동을 좀 하겠습니다. 숨도 고르고 몸도 좀 풀겠습니다. 그리고는 새하얀 도화지 위에서 천천히 꾸준히 발자국을 남겨보겠습니다. 🤠 🚰 쫄쫄쫄도 괜찮아 박준 시인의 신간 에세이집 <계절 산문>이 나왔어요. 박준: 작가마다 혹은 사람마다 출력하는 빈도가 다른 것 같아요. 저는 가뜩이나 천천히 출력하는 사람이라서요. 라디오 대본이든 산문이든 하나로만 집중되진 않을 텐데요. 다시 말하면 수압이 약해질 수 있는데 수압이 약해졌다고 전전긍긍하면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요. 그래서 물이 쫄쫄쫄 흘러나오게 하자, 그런 마음이에요. 예전에는 시가 안 써지면 너무 힘들고 불행했거든요. ‘어, 나 40일 동안 시 한 편도 못 썼어’라고 불안해하면서 계속 핑계를 댔어요. ‘회사를 그만두면 시가 잘 써질까? 이 약속을 나가지 않고 시를 쓰면 써질까?’ 직장 잘못이 아닌데 자꾸 핑계를 만들다 이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시에 관해서는 더 초연해졌어요. 엄지혜: 그렇네요. 수압이 강해야만 좋은 글이 나오는 건 아니죠. 박준: 우리가 누군가를 만날 때 꼭 껴안고 있을 때도 있고 손을 잡을 때가 있고 때론 멀어질 때가 있잖아요. 너무 멀어져서 안 보일 때가 있더라도 그 멀어짐을 인정하면 언젠가는 또다시 가까워질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지금 시가 안 써진다고 완전히 단절된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마음을 먹으면 갑자기 잘 써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예상과 다르게 안 써진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런 긍정도 갖고 있고요. 박준 시인님의 수압 이야기에 "수압이 강해야만 좋은 글이 나오는 건 아니죠"라는 엄지혜님의 답변도 저는 참 좋았습니다. 이 말이 참 위로가 되었어요. 늘 콸콸콸의 최대치를 뿜어내며 살 수는 없으니까요. '쫄쫄쫄이라도 계속 흘러나오게' 그렇게 하자고 한 번 마음 먹고, 수도꼭지를 잠깐 잠그더라도 언제라도 물이 나올 수 있게 물을 잘 머금고, 쫄쫄쫄에서부터 콸콸콸까지 물 잘- 나오는 시원한 수도꼭지가 되어보자고 두 번 마음먹습니다. 💜 베리베리페리 작년 말부터 소개해야지 했었는데 이제야. 팬톤에서는 매해 새로운 컬러를 발표하잖아요, 2022 올해의 컬러는 베리페리입니다. 팬톤 역사상 기존 컬러 차트에 없는 새로운 컬러를 발표했어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지금에 맞게 혁신적인 변화를 반영하고 블루 계열에 보라빛 붉은색이 섞인 컬러에는 새로운 시각과 비전을 제시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해요. 정식명칭은 PANTONE 17-3938 Very Peri. 이 컬러를 통해 용기 있는 창의성을 장려하고, 즐겁고 역동적인 느낌을 줄 거라고 합니다. 저도 참 좋아하는 계열의 색이라 반가웠어요. 사실 뭐 올해의 컬러가 별건가요. 좋아하는 컬러가 내 올해의 컬러인 거죠. 어떤 컬러와 함께 하시든 베리베리 좋은 한 해 되셨으면 좋겠어요. 💟 🎼 잇츠 올라잇 Jon Batiste - It's All Right (영화 Soul ost) 영화 'Soul'을 보셨나요? 저는 영화관에서 보고 얼마 전에 다시 보았습니다. 두 번 봐도 참 좋은 영화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 영화를 처음 보고 너무 감동을 받은 나머지 영화관을 나서면서도 눈가가 내내 붉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께는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작고 눈부시고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 마침 영화 속에는 22가 시니컬한 영혼으로 나오는데요. 22년인 올해, 영혼 22에 자신을 대입해 보며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영화 속에 나오는 이 곡도 참 좋거든요. ♬ 괜찮아, 괜찮다고 말해 (...) 분명 당신에게 뭔가가 올거야 시작하는 새해에 이 곡을 첫 곡으로 추천드립니다. 시작하는 여러분에게 특별하게 좋은 무언가가 꼭 올 거예요! + 덧2, 공유해 드리는 영상에서는 오디오만 나옵니다. 뮤직비디오와 함께 듀엣버전을 보고 싶은 분들은 이 링크로 😉 P.S. 2주 만에 돌아왔습니다. 완두콩 기다리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반가웠던 편지가 되길 바라요. 💚 NOTE 꾸준한 편지를 더 잘 보내드리기 위해 용기 있게 후!원!을 외쳐봅니다. (후원이라는 이야기에 부담 갖지 마세요, 떠나가지 마세요.. 후원은 자유입니다.) 후원금을 보내주신다면, 하나, 소중한 후원금은 열심히 완두콩을 줍고 모으는데 쓰입니다. 둘, 그리고는 여기저기에 많이 자랑할 거예요. 😚 👉👈 🚀 뉴스레터 후원 🚀 3333-04-0148917 (카카오뱅크, 정혜련) 꾸준히 읽어주신 것만도 제겐 더없는 후원이고 힘입니다. 완두콩 구독자분들 모두 모두 감사드려요! mind_ryeon@naver.com 수신거부 Unsubscribe |
✦ (정)혜련이가 보내는 편지, HYEPEA LET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