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 오늘은 연필에 관한 문장들과 클래식 한 곡을 가져왔습니다. ✍️ 연필에 관하여 여러분은 연필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연필을 좋아합니다. 지울 수 있다는 연필의 유연함은 실수를 두려워하는 제게 큰 장점의 도구이고, 가볍고 부담스럽지 않으며 쓰면 쓸수록 닳아 없어진다는 사용감도 큰 매력입니다. 연필을 들면 어려운 마음보다 선뜻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커집니다. 연필은 샤프나 볼펜, 만년필 같은 필기구보다 세지 않지만 그렇다고 연약하지 않습니다. 듬직하면서도 충분히 튼튼하지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펜 녀석들보다 왜인지 더 순하고 착한 느낌마저 듭니다. 연필심이 닳으면 연필을 깎고 심을 되찾아 다시 씁니다. 쓰고, 닳고, 깎는 그 반복적이며 단순한 행위도 참 정직하여 좋습니다. 연필이라는 부드러운 이름도, 연필에서 나는 나무향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지요. 이렇게 저는 연필을 애정합니다. 그런 저는 여러 책을 동시에 읽는 편인데, 여러 곳에서 발견한 연필에 관한 반가운 문장들을 여기에 옮겨 적어봅니다. 연필은 자기 생애를 갖는다. 키가 점점 줄어든다. 부러지고 늙는다. 잘 산 연필은 '몽당연필'이란 최후를 맞지만 이는 귀하고도 드물다. (…) 나는 '몽당연필'을 두고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새끼손가락만큼 작아지기까지, 이 연필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종이 위에서 걷고 달렸을까. 누군가의 손아귀에서 스케이트를 타듯 종이 위를 긁적이던 숱한 밤, 그리고 낮이 필요했으리라. 그 시간을 충분히 보낸 연필들만 '몽당'이라는 작위를 받을 수 있다. '몽당'이란 누군가의 품이 들고, 시간이 깃든 후에 붙여지는 말이다." -박연준 산문, <쓰는 기분>, 현암사, 111p 연필심은 종이에 닿은 만큼만 닳는다. 심이 빨리 닳으면 그만큼 선을 많이 그었다는 뜻이고 심이 늦게 닳으면 그만큼 선을 덜 그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짧게는 연필을 깎을 때마다, 길게는 연필 한 자루를 다 쓸 때마다 그림을 그린 양과 시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연필을 자주 깎는 것 같다면 몰입했다는 증거다.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끼는 것이므로 스스로가 잘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맛볼 수 있다. 반대로 연필을 깎는 주기가 멀게 느껴진다면 그림의 진행이 느려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마음을 다잡는 작은 계기로 삼을 수 있다. -태재, 재수, 김혜원, 최고요, 김은경, 한수의, 김겨울, 펜크래프트, 흑심 <여전히 연필을 씁니다>, 자그마치북스, 27-28p 시 쓰는 사람(위)과 그림 그리는 사람의 글(아래)이었습니다. 같은 주제인 연필에 대해 쓰고 연필의 '닳음'이라는 비슷한 행위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글의 결이 이렇게나 다릅니다. 이것은 꼭 직업이 달라서만은 아닐 테고 그저 저마다 다른, 글의 개성이겠지요. '몽당'과 '몰입'이라는 두 단어가 참 좋게 들립니다. 저 또한 한 자루의 연필을 몽당이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졌지만 아직도 여전히 한 뼘 근처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궁금한 것은 몽당연필은 몇 센티미터쯤이 되어야 몽당이가 되는 것일까요? 몽당연필의 기준은 글만큼이나 저마다 다르겠지요. 그런 부분도 참 재미있어요. 어쨌든 몽당이라는 작위를 얻기 위해서 더 자주 몰입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나는 늘 연필 한 자루로 위대한 예술 작품을 만드는 시인들을 동경해왔는데, 위대한 예술을 하기에는 내게 연필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 아침에 내가 몇 줄의 사소한 생각을 기록했던 단 한 자루를 제외한 나머지 수십 자루의 연필을 그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부터 해방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어쩌면 내 전 생애의 작업의 가능성을 품은 채 인내하며 침묵하는 그들을 나는 오늘 내 책상과 서랍 속에서 끌어내어 단 하나의 작품에 쓰기로, 단 하나의 무지개로 피어오르게 하기로 한 것이다. -안규철 <아홉 마리 금붕어와 먼 곳의 물>, 현대문학, 167p 단 하나의 연필로 무지개를 피어오르게 할 것이라는 말은 참으로 멋지게 들렸지만... 저는 글렀어요. 저는 은근히 연필 욕심이 있거든요. 그리고 저는 제게 잘 맞는 연필을 찾고 싶어요. 그 단 하나의 연필을 찾지 못해 아직도 이 연필 저 연필을 사서 써보는 중입니다. 그 과정이 즐겁습니다. 저는 평생 몇 자루의 연필을 쓰게 될까요. 그래도 저는 단 한 자루보다는 저와 잘 맞는 수십 자루의 연필들과 친구하며 지내고 싶어요. 🎧 클래식 한 곡 그런 날이 있잖아요. 어떤 날은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마음껏 따라 부르며 몸을 흔들고 싶은 날이 있고, 어떤 날은 잠잠히 음악을 감상하며 편안히 기대고 싶을 때요. 요 며칠은 완연한 후자였습니다. 며칠 내내 연주곡만 듣고 지냈는데, 클래식 명곡집이라는 것을 클릭해서 듣다가 유난히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지는 곡을 발견했어요. 하인츠 홀리거. 라는 낯선 이름을 처음으로 검색창에 쳐보았습니다. 오보에 연주자였어요. 이 편안한 선율이 무엇인가 했더니 오보에였구나 알았어요. 너무 좋아서 듣고 또 들었습니다. 저는 클래식이라는 것도 이런 거대한 세계에 대해 뭘 좀 많이 아는 고상한 사람들만 들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런 생각은 다행히 언제부턴가 누그러졌지요. 이렇게 뭘 모르는 저도 들으면서 좋은 감정을 충분히 누릴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잠잠히 듣는 시기를 지나 신나고 흥겨운 음악이 듣고 싶은 때도 오겠지요. *어떤 가사도 듣고 싶지 않다는 분이 계시다면, 유난히 꼭 추천하고 싶은 곡입니다. P.S. 언제 어떻게 무엇을 좋아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반가운 만남이 있는 한 주가 되시길 바랍니다. 그럼 저는 다음에도 완두콩같은 것을 주워 또 돌아올게요. mind_ryeon@naver.com 수신거부 Unsubscribe |
✦ (정)혜련이가 보내는 편지, HYEPEA LET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