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 오늘은 이름에 관한 문장들과 그에 어울리는 음악을 가져왔습니다. 〰️ 새롭거나 낯설거나 별자리나 식물의 이름을 더 잘 알고 싶어서 『별자리 여행』이나 『식물도감』같은 책을 사뒀는데 어쩐지 안 펼쳐보게 되더라고.(…) 그보다는 어쩌다 하나둘 알게 되는 이름만이라도 잘 기억하고 싶다. 지금 바로 아는 식물의 이름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목련, 매화나무, 조팝나무, 능소화, 버터컵, 플라타너스'같은 것들이 떠올라. 이건 수많은 식물의 이름 가운데 하나겠지만, 이 이름을 알게 된 어떤 사연도 떠오르거든. 그걸 알려준 사람들이나 그 시기에 있었던 일들이 나무 이름과 같이 기억에 남아 있어. 네가 지금 몇 가지 별자리를 기억하게 되었듯, 그렇게 매해 한두 가지씩 아는 이름이 늘어나면 좋지 않을까 싶어. -박선아, <어떤 이름에게>, 안그라픽스, 35-36p저는 별자리는 모르겠지만 꽃이나 나무 이름을 많이 알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래서 가끔은 도서관에서 두꺼운 식물도감이나 나무도감 책을 후루룩 훑어보죠. 궁금한 꽃이 보이면 주저 않고 사진을 찍어 꽃 검색을 하기도 합니다. 이름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조금씩 순한 욕심을 내어 꽃과 나무들을 익히고 싶어요. 매해 한두 가지씩 아는 이름들이 늘어나 내가 익힌 꽃과 나무를 만나면 빙그레 웃고, 누군가 제게 아는 이름을 물어볼 때엔 아주아주 친절하고 다정하게 이름을 알려주고 싶어요. 다시 열두 살 때로 돌아가 있었다. 처음으로 유화 물감 한 상자와 연습장 크기만 한 팔레트를 가지게 되었던 때였다. 물감이 담긴 튜브들은 먼 나라에서 온 꿈같은 이름을 달고 있었다. 인디언 레드, 나폴리 옐로, 짙은 엄버, 원색 시에나, 그리고 눈보라에 날리는 눈송이를 연상시키던, 그 신비한 이름의 플레이크 화이트. 그 기름 냄새는 나를 반세기 전의 약속으로 되돌아가게 했다. 그리고 또 그릴 것, 한평생 매일 그릴 것, 죽을 때까지 다른 것은 말고 그림만 생각할 것이라던. -정혜윤 <마술 라디오>, 한겨례출판사, 279p.책을 만나게 되는 여러 경로 중에 '책 안에 소개된 책'일 때가 있잖아요. 바로 위 문장이 그런 책의 일부분이었어요. 이 책은 정혜윤 작가님이 쓴 <마술 라디오> 중 한 부분인데요,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의 문장을 그의 친구가 한국을 떠나는 마지막 밤에 작별 선물로 읽어준 글이라고 해요. 그 친구가 바로 "한평생 매일 그릴 것"같은 화가 친구였기 때문이에요. 좋아하는 문장 안에 들어 있던 인디언 레드, 나폴리 옐로… 플레이크 화이트라는 이름들. 정말 꿈같은 색의 이름입니다. 낯설면서도 밝아지는 기분이 들어요. 상상하게 만들어요. 문장 안의 이름들을 꺼내 눈에 담고 싶어집니다. 이 예쁜 색이름은 누가 지은 건지, 그냥 레드나 그냥 화이트였다면 얼마나 심심했을지요. 통화 너머로 꿈같고 신비로운 물감의 색과 아름다운 문장을 들은 그 친구분은 어떤 마음으로 출국했을까요. 아마도 마음속에 총천연색을 품고 하늘을 날았을 것 같습니다. 각자에게 이런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낯설거나 반갑거나 새로운 것, 그 순간 어떤 결심을 하게 하거나 새로운 마음이 들게 하는, 혹은 더 배우고 싶거나 알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름이요. 담고 싶은 이름을 새길 수 있는 한주가 되시길 소망해 봅니다. * 저는 얼마 전에 제라늄이라는 꽃을 검색했고, 좋아하는 색연필을 보니 색의 이름이 미네랄 오렌지네요 :) (색이름이 나와 생각난 책인데, 오이뮤에서 만든 우리말로 된 '색이름'의 책도 있어 알려드려봅니다.😉 ) 🧡 노을같은 노래와 이름에 관한 곡 오렌지색과 잘 어울리는 표지앨범에, 노을질 때 들으면 좋을 것 같은 연주곡을 소개해 드립니다. 잔잔한 멜로디가 위로해주는 것 같아요. (코멧 블루는 아쉽게도 피아노 듀엣이라는 정보 외엔 잘 나오지를 않네요.) 2. 정우 - 이름 ♬ 너른 풀 얇은 하늘 피부 안팎으로 투명해지는 이곳에 맘 누이고 너 내이름 아니면 뉘 이름 부를까 위 곡이 노을질 때 좋을 노래라면, 정우님의 '이름'은 가을 한낮과 잘 어울려요. 맑고 담백한 목소리와 멜로디가 참 좋습니다. 넓은 하늘이 보이는 어느 가을 한낮에 '이름'이라는 곡을 들어보세요. P.S. 10월의 첫날 레터를 띄웁니다, 기분 좋은 시작하시길 바라요 :) 그럼 저는 다음에도 완두콩같은 것을 주워 또 돌아올게요. mind_ryeon@naver.com 수신거부 Unsubscribe |
✦ (정)혜련이가 보내는 편지, HYEPEA LET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