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 여름은 잘 간 거겠죠? 저는 반팔과도 얇은 이불과도 안녕하였어요. 끝에 남는 아쉬움의 마음을 담아 가지고 온 오늘의 완두콩은 여름의 문장과 장면 하나, 그리고 음악들입니다. 👒 여름이었다 김연수 작가님의 <청춘의 문장들>이라는 책 안에, 그의 딸(열무)과 보낸 여름의 한 장면이 담겨 있는데요. 그 한 부분을 여기에 적어봅니다. 열무의 두 번째 여름이 찾아올 때쯤 나는 자전거 앞에 아이용 의자를 설치했다. (…) 조금 달려보니 소리를 지르고 연신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바라봤다. 얼굴로 와 부딪히는 바람이 좋았던 모양이었다. 내친김에 멀리까지, 그러니까 우리 아파트 건너편에 있는 논둑길까지 달렸다. 정말 아름다운 여름이었다. 햇살을 받은 이파리들은 초록색 그늘을 우리 머리 위에 드리웠고 바람에 따라 그 그늘이 조금씩 자리를 바꿨다. 금방이라도 초록색 물이 떨어질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 세 번째 여름은 또 어떨 것인가? 지금 내가 가진 기대 중 가장 큰 기대는 그런 모습이었다. -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마음산책 25,26p 이 장면은 작가님의 사실이고 추억이었을 테지만 저에게는 소설처럼 다가왔어요. 방그레 웃는 열매와 그 환한 표정을 보며 더 환하게 웃고 있었을 아빠 김연수 작가님의 모습이 그려졌어요. 두 사람 위에 그려지는 초록색 그늘이 원경으로 보여집니다. 너무 예뻐요. 조금 엉뚱한 소리를 써놓고도 끝에 '여름이었다'만 붙이면 그럴싸해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는데, (ex. 엉덩방아를 찧었다, 여름이었다.) 오랜만에 들춰본 이 문장에도 '여름이었다'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이 문장은 그럴싸하다 못해 정말 아름다운 문장이지만요, 올해 여름 여기저기서 많이 보았던 여름이었다, 다섯 글자가 생각나 혼자 미소를 짓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은 올해 몇 번째 여름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어느새 스윽하고 다가온 선선한 날씨가 좋으면서도 푸릇푸릇한 여름의 색이 사라질 걸 생각하면 또 아쉽기도 합니다. 2022년의 여름은 어떨지, 마스크를 벗고 환하게 다닐 수 있는 여름이 되었으면 하고 소망합니다. ✨ 평안함을 가져다주는 꽃 나무덩굴을 지나고 있는데 달콤한 향기가 났어요. 자세히 다가가보니 꽃들이 앙증맞고 귀여운 데다가 라일락계열의 아주 기분 좋은 향기가 짙게 느껴졌어요. 이름을 알고 싶어 꽃검색을 해보니, '꽃댕강나무'일 확률이 99%래요. 왜 댕강나무인고 하니, 마른 가지를 부러뜨리면 댕강소리가 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은 거라고 하네요. (문득 댕강,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궁금해요. 😉 ) 꽃을 보면 괜히 궁금해지는 꽃말까지 찾아보니 꽃댕강나무의 꽃말은 '평안함'이라고 합니다. 요즘같은 때에 평안이라는 말은 얼마나 좋은 말인지요. 예쁜 꽃 보시며 은은하고 기분 좋게 평안한 가을맞이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 <음악 추천 1> ✧ 신잔디의 첫번째 정규 앨범 [듣는 시] 인스타그램에서 싱어송라이터 신잔디님을 우연히 보게 되었어요. '듣는 시'라는 아름다운 제목과 초록색의 귀여운 테이프에 반하여 텀블벅 사이트까지 들어갔어요.미리듣기를 몇 초 듣고 저는 바로 후원을 하게 됩니다... 잔잔한 멜로디와 가사, 목소리까지 정말 좋더라고요. 레터를 쓰고 있는 이 시점(9/2)에 보니 후원이 17일 남아있네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텀블벅 사이트에 가서 보셔도 좋을 듯 싶어요.) 후원을 하지 않으시더라도 9월 1일, <듣는 시>가 음원으로 공개 되었으니 14편의 곡을 들으실 수 있어요 :D 저는 초록색의 듣는 시 테이프가 제 손에 오기를 천천히 기분 좋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 <음악 추천 2> ✧ 유희열의 [생활음악] 프로젝트 이미 아실 분들은 많이 아실 텐데요, 주거 브랜드 에피소드가 뮤지션 유희열과 함께 <생활음악> 프로젝트를 선보인대요. 유희열님의 피아노연주곡이 매달 1곡씩 영상으로 공개되고,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내년 3월에는 정식 앨범으로 발표된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생활음악>의 첫 번째 곡은 '일요일 오후'라는 연주곡이에요. 음악도 영상도 편안하고 여유로워서 몸과 마음이 느슨해집니다. P.S. 흐린 날이 계속되고 있지만 언젠가 보송보송한 해가 나오겠죠? 모두 평온한 한주 보내세요 :) 저는 다음에도 완두콩같은 것을 주워 또 돌아올게요. mind_ryeon@naver.com 수신거부 Unsubscribe |
✦ (정)혜련이가 보내는 편지, HYEPEA LET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