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아주아주 별일이 없습니다.
저의 코로나 격리 기간은 3월 19일부터 25일(00:00)까지였으나 그 뒤로 무 자르듯 짠, 회복되는 것이 아니었고요.
잔잔한 불편함은 계속되고, 몸을 움직여 잠깐만 어딜 다녀오거나 빨래나 청소, 설거지 등의 아주 간단한 집안일에도 피곤함이 크게 몰려왔습니다.
체력이 약해져 코로나가 찾아온 것인지, 코로나로 체력이 약해진 것인지.. 어떤 앞뒤가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나을 듯 나을 듯 나아지지 않는 컨디션에 아주 억울한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약해진 체력에 정신까지 약해져서 스스로가 심히 보잘것없게 느껴지고 자기 연민에 빠져서는 비 오는 밤에는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진짜 뭐가 힘든 건지도 잘 모르면서 이렇게 엉엉 울고 있는 내가 얼마나 바보 같던지요.
자고 나면 나아질 줄 알았지만 제가 낸 구멍이 워낙 커서 회복하는 게 아주 더뎠습니다.
왜 저는 이렇게 스스로를 상처 내고 있는 걸까요, 왜 이렇게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예쁘게 비 내리는 밤에 우두커니 홀로 남아 어두운 생각에 잡아먹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엉엉 울고 일어난 다음날에도,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여전히 비관적이고 우울한 생각이 들었어요.
떨쳐보려고 노력합니다.
주문을 외우듯 말했어요.
"나는 정말 귀하고 행복한 사람이야."
"나는 정말 귀하고 행복한 사람이야."
"나는 정말 귀하고 행복한 사람이야."
이 말을 마음속이 아니라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은 아주 달랐고, 소리 내어 말하는 문장에는 이상하고 신기한 힘이 있다는 것을 그 순간 정말 느꼈습니다.
아주 손톱만큼 괜찮아지는 게 느껴졌거든요.
유퀴즈(146화)에 나온 윤여정 배우님이 아직도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 김수현 작가님의 대사 한 구절이 있다고 해요.
"내가 대단하고 안타깝게 소중하면, 상대도 마찬가지야.
누구도 누굴 함부로 할 순 없어. 그럴 권리는 아무도 없는 거란다. 그건 죄야."
저는 이 대사를 읊어주고 있는 장면에서 또다시 울컥했어요.
힘들 때는 모든 위로의 말들이 나에게 해주는 말인 듯 착각이 드니까요.
저는 그때 알았어요.
나는 어떤 상대방도 아닌, 내가 나에게 죄를 지었구나. 그건 죄였구나... 싶었습니다.
죄를 씻으려 몸을 박박 씻고, 후회와 반성의 일기를 썼습니다.
내가 내게 죄를 짓지 말자. 내가 나에게 잘해주자. 나를 잘 보살피자.
푸하하하 웃는 매일이 아니더라도, 피식 웃는 미소도 소중히 하자고 결심합니다.
내가 내게 왜 사냐고 묻거든, 저 새순을 보려고, 저 나무를 보려고, 저 새, 저 구름을 보려고,
사랑하는 사람들 얼굴을 만지고 목소리를 들으려고, 그런다. 왜 뭐. 어쩔래.
그런 마음으로 아주 별일 아닌 일들도 크게 부풀리며 대답할 겁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사실 저는 요즘, 아주아주 별일 없는 와중에도 별일이 많은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