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피어난 것도 아닌데 벚꽃이 핀 길을 걸을 때마다 마음이 화사해지고 환영받는 기분을 느낍니다.
팝콘처럼 팡팡 터진 풍성한 벚꽃은 한 그루만 있지 않고 거의 늘 여러 그루가 함께 있으니까요.
한 걸음 한 걸음,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에게 살랑살랑 손짓해 주며 미소를 지어주는 것 같아요.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고, 좋은 일을 불러올 것만 같아요.
벚꽃은 떨어지는 것도 아름답지요. 벚꽃이 떨어질 때면 품위 있는 눈송이가 날리는 것 같아요.
바닥에 예쁜 꽃들이 꽃 모양 그대로 떨어진 것을 봅니다.
툭, 밟을 뻔하다가 살아있는 개미를 본 듯 밟지 않으려 발의 아치를 높은 곡선으로 만들어 얼른 발을 떼고 다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예쁜 것을 훼손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잘 지켜주고만 싶어요. 아까워요. 계속 보고 싶어요.
제가 벚나무였다면, 이 예쁜 걸 계속 갖고 있으려 안간힘을 쓰다가 아주 못난 나무가 됐을 것 같아요.
그런 것을 상상해 보니 보내줄 것을 욕심 없이 툭툭, 잘 보내주는 나무가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꽃은 꽃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각자의 속도로 지금에 최선을 다해 제 할 일을 합니다.
여기 있는 나무는, 저기 저 나무의 꽃이 빨리 폈다고 초조해하거나 서두르지 않습니다.
저기 저 나무가 예쁘다고 흉내 내며 부러워하지도 않습니다.
비교가 없는 세상, 우직하게 선 나무를 보며 또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