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이 무려 9.48
영화를 보지 않은 제 주관은 아직 모르는 것이고, 숫자가 모든 걸 말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높은 평점에 기대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톰 행크스가 주연이라니, 또 기대치가 생깁니다.
하지만 남들이 좋았다고 해서 저도 좋을 것이라고는 장담하지 못합니다.
베스트셀러에 잘 손이 가지 않는 괜한 심보 같은 것이 영화의 높은 평점에도 적용되는 때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미국의 대표 어린이 프로그램 진행자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미스터 로저스', 그리고 그를 취재하게 된 기자 '로이드'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영화가 중간까지 가는 내내 평점을 의심했어요.
내가 좋아야 내게 좋은 영화지,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미스터 로저스'가 미국에서 얼마나 유명했는지 모르고, 이 유명 프로그램의 노래를 따라 부르지도 못합니다. 실화 속 인물을 성자처럼 두고 동화적인 연출이나 설정을 하고서 이 세상은 그저 살만하지, 따뜻하지, 하며 영화라는 판타지로 무마시키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극 중 '로저스'를 인터뷰하는 '로이드'에게는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에게 상처와 분노가 있지만, 그 또한 저는 크게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취재를 나온 기자에게 첫 만남부터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오는 '로저스'에게도, 기자가 느끼는 것처럼 저 또한 처음에는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 길게 영화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결국 이 영화가 말하는 진심의 이야기와 사람다움이 제게 닿았고 감화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메모해두고 싶은 대사가 몇 개나 있었습니다.
끝부분의 장면은 특히나 좋아서 몇 번이고 반복해 보았습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람이 정말 있었고, 어딘가에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톰 행크스의 연기는 너무나 실감이 나서 마음이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영화 끝에서는 결국 조금 울고 말았고, 오늘 하루 아직 망친 거 아니니까 힘을 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소파에서 일어나 점심을 챙겨 먹고 미뤄둔 일들을 처리합니다.
저는 서툴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좋은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누군가 저의 등짝을 세차게 때리지 않아도 되고, 정신 차리라며 건네주는 찬물은 지금은 제게 필요 없습니다.
물론 부족하고 고쳐야 하는 부분도 많지만 지금의 저에게는 제 체온과 비슷한 적당한 온도의 물이 있으면 되고 충고보다는 격려와 응원이 훨씬 낫습니다.
이 영화는 정신 차리라며 세차게 등짝을 때리기보다 톡톡 두드려주며 결국은 저를 일어나게 해주었습니다.
누군가에게 혹은 어딘가에서 받은 좋은 영향은 미풍처럼 제게 불어오고 그 바람은 또 쉽게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잘 붙잡아두어야 합니다.
이 영화를 기억하려고 여기에 잘 붙잡아 두고는 길게 글을 써봅니다.
이 영화 덕분에 저는, 정말 하루를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