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몸은 이제야 좀 깨어난 것 같아요.
4월까지 내내 겨울에 있었고 올해의 반을 고작 한 달 앞두고, 이제야 비로소 동면을 깨고 나와 봄으로 향하는 개구리가 된 기분입니다.
몸과 마음의 기온이 아주 조금씩 상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의 상태임에도 굳이 불확실한 단정을 붙이는 이유는, 이상한 겁이 나서요.
언제부턴가 난 안 아파, 난 감기 안 걸려, 그런 말은 밖으로 잘 내뱉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렇게 건강에 대해 교만을 부리다가 우연히 지나가던 건강질투의 신이 그 소리를 듣고 끼익 멈춰 서서는 노려보고, 오만방자한 저를 혼내줄 것 같거든요.
그러면 저는 다시 바람 빠진 풍선처럼 돼버릴 것 같아요.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생각이 왔다 갔다 하고, 계획과는 상관없는 일이 생겨나고, 몸과 마음의 컨디션도 수시로 바뀝니다.
공평하게 흘러가는 하루 안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그저 그런 것도 있습니다.
아주아주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또 흘러갑니다.
그러한 와중에 점점 생각이 드는 것은, 특히 몸에 관한 것에는 지나친 믿음도 확언도 하지 말자는 다짐이 어느 순간 제 안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래서 그런 이상한 겁도 생겨난 것이겠죠.
아마도 아작아작 돌도 씹어 먹을 나이는 확실히 지났고, 몸이란 것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또 간접적으로 느끼고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니 요즘 내 몸이 청신호이니 얼마나 다행인가, 괜찮은데? 이런 정도로 가볍게 훅 말하고 지나가려고요.
몸이 좋아진 걸 느끼니, 정신까지 맑고 건강해지는 것 같아요.
허리를 숙여 머리를 감다가도, 설거지를 하다가도, 청소를 하다가도, 그러니까 평소에 하던 아주 소박한 일상의 움직임 속에서 무엇인가가 살짝 가벼워졌음을 느낍니다.
이런 것이 기운이라는 것일까요.
차갑고 무거운 공기가 빠져나가고 산뜻하고 가벼운 공기가 제 안에 있는 느낌입니다.
6시, 7시에 눈이 떠지는 것은 몇 주 전만 해도 제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거든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하루를 일찍 시작할 수 있고 길게 살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제겐 그 어렵고도 쉬운 기상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웠습니다.
여전히 기상은 어려운 일이지만 요즘은 기상을 할 때 약간의 개운함이 있습니다.
느리고 게으른 나와 하루의 처음을 이기면서 시작하는 느낌은 오랜만이라 참 반갑습니다.
알고 있었지만 영 잊고 지냈던, 길고 긴 낮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저는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단순한 동물이라서 아주 자연스럽게,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니 평소보다 일찍 잠들어버립니다.
(이것은 밥을 많이 먹으니 배가 부르다, 같은 당연한 수순 같습니다.)
쓸 수 있는 하루의 에너지 총량은 아쉽게도 정해진 것인가 봅니다.
하루가 아쉬워도 어김없이 밤은 찾아오고, 하루의 시간을 연장해 보고자 눈을 부릅뜨고 버티려고 해도 무거운 눈꺼풀에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요즘의 움직임이 썩 마음에 듭니다.
사실 이렇게 몸의 움직임을 의식하고 기상시간을 체크해 본 것이, 고작, 오늘로 나흘째입니다.
나흘이 닷새를 만들겠지요.
이른 기상의 맛을 느껴버렸으니, 저는 내일도 일찍 일어나 보렵니다.
기운차고 맑은 기운이 좋네요. 내일의 저를 믿고 응원합니다.
이 기운이 쭉쭉 이어지면 정말 좋겠습니다.
어떤 강제성보다 힘이 센 것은 직접 경험해 봐야 아는 좋은 것. 좋은 맛.
역시나 좋은 것은 힘이 세서 무엇인가를 늘 이겨버리는 것이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