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가고 있어요.
일기를 쓰고 있고, 또 이렇게 매주 무엇인가를 발행하다 보니 날씨와 날짜에 더 민감해졌습니다.
모든 단어와 말이 그렇듯 아쉽다 아쉽다 하는 소리에는 정말 신기하게 미련 같은 게 묻어 있습니다.
추억을 자꾸자꾸 들추는 사람이기보다 앞을 바라보는 사람이고 싶고, 그래서 대롱대롱 달고 있는 아쉬움이라는 단어를 좀 덜 말하고 싶은데, 솔직히 잘되지 않습니다.
이 계절이 가는 게 아쉽습니다.
따뜻한 햇볕과 기분 좋은 바람을 조금만 더 쐬고 싶지만, 이제 모든 것이 뜨거워지고 무성해질 것입니다.
제가 받기 싫대도 앞으로의 계절은 제 살갗을 묵직하게 건드리며 다가오겠죠.
뜨거운 열기에도 즐거운 일이 가득하면 좋으련만. 살짝 겁이 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쯤이었을까요, 어느 날 친구들과 둘러앉아 좋아하는 계절에 대해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저는 마음속으로 봄이나 가을 중 무엇을 말해야 하나 나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내 차례에 앞서 어떤 친구가 봄이나 가을은 애매해서 싫다고 하더라고요.
그러자, 저는 갑자기 애매한 인간이 될 것 같은 마음에 제가 진짜 좋아하는 봄이나 가을을 버리고...
겨울! 이라고 말해버렸습니다.
그 분위기 속에서는 확실한 계절인 여름이나 겨울을 좋아한다고 해야 할 것 같더라고요.
여름은 제가 정말 썩 좋아하지 않고, 겨울은 핑계가 좋았습니다.
겨울엔 눈이 오고 또 제 생일이 있는 계절이니까...
아마 좋아하는 이유도 말해야 했던 것 같아요.
핑계 좋게 겨울이라고 답했던 저는 어떤 표정이었는지, 썩 신나고 즐거운 얼굴은 아니었을 거예요.
눈이 와서 좋고 제 생일이 있는 겨울이 싫지는 않지만 저는 확실히 봄과 가을 쪽이었거든요.
그날 그렇게 제 마음속에 있는 봄과 가을을 배신했던 저는 솔직히 지금까지 내내, 그날의 제 대답이 영 꺼림칙합니다.
모든 계절에 볼 것들은 아주 확실히 있고, 따지고 보면 애매한 계절도 없는데 말이죠.
그때 그렇게 친구의 말에 반박도 못 하고, 분위기에 휩쓸려 좋아하는 것에도 눈치를 보며 말해야 했던 어리숙한 시절이 생각납니다.
이제는 다행히도 좋아하는 계절에 대해 숨기지 않죠.
계절 사이사이가 무 자르듯 완벽히 나눠지지는 않지만, 사계절이 있는 나라에서 태어나버렸고, 사계절을 서른몇 해 느끼고 누리며 자라왔습니다.
매번 느끼는 봄이 새롭고, 5월이 이렇게 예쁜 달인 것을 느끼고 또 느낍니다.
아쉽다는 이야기는 쉽게 보내주기 싫을 만큼 많이 좋았다는 것이겠죠.
옆의 친구도, 그리고 또 5월도 다 들을 수 있을 만큼 큰 소리로 고백합니다.
나 5월을 좋아한다! 아주 그냥.. 내가, 많이 많이 좋아해!
보내기 쉽지 않다면 아쉬운 마음은 그대로 두고, 저는 며칠 남지 않은 5월 안에서 열심히 또 행복하렵니다. 😀
+
그렇다면, 모든 계절을, 열두 달 모두를 좋아해 버리면 새로운 달의 시작과 끝에 아쉬움 없이 매달 즐거울까요?
입 밖으로 좋아한다 말하면 진짜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것도 아마 좋아하는 계절에 대해 말했던 그 즈음 배운 것 같거든요?
6월을, 7월을, 8월을 좋아해버릴까...
유치한 노래 가사같은 유치한 마음을 작게 읊조려봅니다.
네이버에서 날씨 부분을 클릭해 들어갔더니, 아주 유용한 것이 많았어요.
시간마다 변하는 강수량의 퍼센트를, 오늘의 생활보건 지수에서는 자외선 지수를 비롯해 꽃가루 농도까지 알 수 있고 괜히 한 번 더 보게 되는 오늘의 일출 일몰 시간도 알 수 있었지요.
그밖에 많은 정보들이 있지만 눈에 들어오는 단어는 '계절예보'였어요.
말이 참 예쁘지요.
계절예보. 시나 노래 제목 같기도 해요.
예보에 앞서 우리는 준비를 할 수 있잖아요.
예보가 있어 우리는 든든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5월의 끝에서 여름에 대한 마음을 대비해 보려고요.
앞으로 올 계절을 예뻐하는 쪽으로의 마음을요.
이렇게 앞서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여름이 오면...
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