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6일, 첫 레터를 발송했어요.
저도 발신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호기롭게 뉴스레터를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3번의 휴재가 있었지만 매주 금요일 아침 9시, 지금까지 총 48개의 레터를 발송했습니다.
(2번의 레터와 사이트 오류를 제외하고는)
저는 레터를 다 써둔 뒤 매주 같은 시간에 보내고 싶어 예약 발송을 합니다.
레터는 블로그나 SNS와는 다르게 누군가 찾아와 보는 것이 아니라
제가 직접 글을 보내고 구독자분들이 마음껏 열어보는 방식이니, 실수를 하면 수정이 불가능합니다.
물론 그것을 인정하고 정정하면 되지만 그런 일들이 최대한 없도록 하고 싶었어요.
오타나 틀린 정보는 없는지,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주지는 않는지, 첨부한 링크에는 제대로 된 주소로 들어가지는지 등의 확인을 위해 예약 버튼을 누르기 전 꼭 몇 번의 테스트 발송을 거치고
컴퓨터에서도 읽고 스마트폰에서도 읽고 어느 날은 이동하면서도 읽고...
그렇게 매주 매주 마감했습니다.
뱉은 말을 주워 담지 못하듯 레터도 그런 형태의 포맷이라 보낼 때마다 늘 작게 홀로 안는 책임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몇 번의 확인을 해도 오타나 비문이나 띄어쓰기 같은 실수가 생겼고,
그 외에 제가 눈치채지 못한 실수와 잘못이 있었을 겁니다.
금요일 오전 9시쯤이 되면 편지가 잘 도착해야 할 텐데, 하는 약간의 긴장도 있었고요.
발행 주기와 시간이 고정이었기 때문에, 제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사이트의 오류로 편지 발송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았을 때 저는 많이 당황하고 속상했어요.
그런 일이 몇 번 있었고 저는 그럴 때마다 약속시간에 나가지 않은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집들이를 하는데 손님들을 초대해 놓고는 말없이 집주인이 늦어버린 느낌이 드니까요.
음식을 정성껏 차려놓고도 잘 대접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인스타그램에 상황을 설명했지만, 모두가 인스타그램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하더라도 제 피드를 일일이 확인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실 테니까요.
그렇게 종종 본의 아니게 지각한 일도 있었습니다.
(완두콩레터는 사전 안내 없는 휴재가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혹시나 어떤 안내 없이 편지가 늦게 도착한다면, 너그러이 기다려주세요. ☺️)
지금의 완두콩레터에는 제 이야기가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주로 책 속 문장이 소개되는 일이 많았어요.
그 빛나는 문장들 사이에 제 글을 담는 것이 초반에는 꽤 부자연스럽다고 느꼈고 레터에 쓸 만한 내용이 제게는 없다고도 생각했어요.
쓸모 있고 도움 될 만한 무언가를 전해드리고 싶어 그렇게 소개하는 방법이 최선이라 여겼고,
제 안에서 나오는 이야기보다 다른 작가분들의 이야기에 더 힘이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주제에 맞는 명문장을 발견할 때의 기쁨도 있었지만, 저의 이야기는 아니었으니
귀한 걸 이렇게 써도 되나 하는 의구심과 죄책감도 있었지요.
사실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저만의 콘텐츠였습니다.
제가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해 말하고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그렇게 점차 제가 쓰는 글의 양을 늘려갔고, 구구절절 말 많은 사람으로 바꾸어 나갔습니다.
제 글에 어떤 통찰력이나 성찰을 주는 깊이는 없습니다.
얕은 깊이감이지만 거기에 솔직함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마음이 들어가 자꾸만 글이 길어지는 날이 많았어요.
해보지 않은 일이라 공개적으로 무언가를 내보내는 것에 힘들 때도 많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고 계셨는지.
글이 너무 수다스러워 스크롤바를 휙휙 넘기는 일도 있으셨겠지요.
영 와닿지 않을 때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눈여겨 보아주실 여러분들을 떠올리며 저는 매주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보냈습니다.
진심을 담아내려 애쓰고 정성을 다해 꾸준히 성실하려고 했습니다.
약속을 지켜내는 사람이고 싶어 홀로 새벽까지 자주 깨어 있었습니다.
어떤 내용을 보낼지에 대해 고민하고
또 그것을 완성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숙련되지 않아 매번 새로웠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레터 하나를 발행하는 데 짧게는 3시간, 많게는 12시간도 걸린 적이 있습니다.
밥도 오래 먹는 사람이 글도 이렇게 느리고 오래 걸리는 사람일 줄 몰랐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쌓여 신기하게도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레터들을 쭉 보았습니다.
지난 기록들을 작은 책으로 만들어 보려고
문장을 엮으며 혼자 추억여행했습니다.
보낸 날짜마다 새록새록 그때의 감정과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제 입으로 정성과 힘을 쏟았다고 말하는, 저의 이 쿨하지 못한 태도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렇게 마음먹은 이상 쿨하지 못한 스스로를 인정하고, 멋쩍음은 뻥 차버리고, 실컷 축하해 주며 고생했다고 토닥거려줄래요.
레터는 저를 위함이기도 하지만 구독자분들이 없다면 하는 의미가 없지요.
많이 엉성하고 허술하지만 솔직한 저의 이야기를 다정한 눈으로 지켜봐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이깊이 감사드립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한 발 한 발 걸어가고 있는 저를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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