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완두콩 스물두 번째 편지를 띄웁니다. 🌱 봄을 기다리는 나목 지난 주말에는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박수근:봄을 기다리는 나목'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잘 알려진 화가라고는 하나 제겐 낯설기만 했는데요. 저는 전시장에서 처음 느끼는 생생한 감각이 좋기 때문에 사전에 정보를 많이 품고 가는 편은 아닙니다. 모른 채 새롭게 받아들이거나 알면서도 낯설게 보게 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에게 전시를 보러 간다는 것은 전시장에 가는 마음, 전시장이 있는 동네로, 그곳으로 향하는 길부터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위치는 집에서 너무 멀거나 외진 곳, 오르막에 있는 곳보다는 찾아가기 쉽고 편리한 곳의 장소를 선호하고요. 분위기는 전시장에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게 조심스러워지는 곳은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도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하지요. 적당히 고요해 집중하고 싶어지면서 약간 느슨한 분위기의 공간이 전시를 보는 데에는 제격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분위기는 많은 것들로 좌우되는데 전시장 건물은 물론이고 전시장 안 전시 주제를 따라 꼼꼼하게 설계된 기획과 세심하게 꾸며 놓은 동선, 작품을 위한 영상, 설치, 조명, 색, 온도, 글자 그리고 전시 안내자와 관람객 모두가 전시의 분위기를 만듭니다. 그 모든 것들이 조화롭고 멋스럽게 갖추어진 곳이 있는데 제겐 그곳이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인 것 같습니다. (많은 미술관을 가보지 못했지만 아직까지는 그렇습니다.) 미술관이 고궁 안에 있는 것도 아주 큰 매력인데다 갈 때마다 전시가 참 좋았다는 감각을 매번 받고 나왔기 때문에 이제는 제게 이곳은 '믿보덕국전'(믿고 보는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제게 박수근 화가는 낯선 분이었지만 믿고 보는 곳에서 하는 전시니, 부담스럽지 않은 설렘과 편안한 마음으로 미술관을 간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을 기댈 수 있는 미술관이 있다는 건 조금 흐뭇한 일입니다.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하나님, 나는 이담에 커서 밀레와 같이 훌륭한 화가가 되게 해주세요." 박수근은 12세 때 장 프랑수아 밀레의 그림을 보고 감동을 받아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런 부분에서 엄청 반가운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도 어렸을 때 본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밀레화집이거든요. 이런 것을 미리 알고 갔다면 얼마나 재미가 덜 했을까, 그렇게 놀라며 반가워하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알고 가야 이로운 것도 있겠지만, 이런 만남은 특별한 장소 안에서 뜻밖으로 만나야 더 좋습니다. 저는 전시 시작부터 박수근 화가와 '밀레'라는 공통점이 생겨버려 눈이 커지고 마음이 들떠서 전시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 전시관은 총 4관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제가 가장 좋았던 곳은 1관입니다. 1관에서는 그가 독학하며 만든 미술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고, 습작한 그림들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정점의 결과물을 보기에 앞서 이런 습작들과 노력의 흔적들을 볼 수 있는 것이 참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그의 이야기와 작품이 더 궁금하신 분들은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가보시는 것을 추천드리며, 온라인에서는 전시소개를 볼 수 있으니 이 영상도 함께 공유해 드립니다.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 🔸 기간: 2021.11.11 - 2022.03.01 🔸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전관 🔸 관람료: 2,000원(덕수궁입장료 별도) "나는 워낙 추위를 많이 타선지 겨울이 지긋지긋합니다. (...) 그런데 계절의 추위도 큰 걱정이려니와 그보다도 진짜 추위는 나 자신이 느끼는 정신적 추위입니다. 세월은 흘러가기 마련이고 그러면 사람도 늙어가는 것이려니 생각할 때 오늘까지 내가 이루어놓은 일이 무엇인가 더럭 겁도 납니다. 하지만 겨울을 껑충 뛰어넘어 봄을 생각하는 내 가슴에는 벌써 오월의 태양이 작열합니다." -박수근, <겨울을 뛰어넘어>, 경향신문, 1961.1.19 전시 말미에 보았던, 가장 좋았던 문장도 함께 보여드립니다. 이것을 보고는 옛날 신문을 찾아보았어요. 1961년 1월 19일 경향신문에 소 그림과 함께 이 문장이 실려 있더라고요. 예스럽지만 지금도 충분히 멋스러운 서체와 세로로 쓰인 글자들이 신선하게 보였습니다. 🗑 정리를 하다가... 이건 어떻게 버리지, 궁금하셨던 분 계신가요. 쓰레기의 올바른 처리 방법과 정확한 분리배출법 등을 알려주며, 친환경 점포 등을 소개해 주고 있는 곳이 있어요. 위 사이트의 이름은 blisgo입니다. (어감이 분리수거라는 말과 비슷해요.) 매일 쓰레기를 버리는 우리는, 그래서 잘 버리는 법을 알아야만 한다고 블리스고는 말하고 있습니다. 한 해를 정리하며 물건을 정리하는 분이 계시다면 위 사이트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마스크는 종류와 상관없이 모두 일반쓰레기(종량제봉투)로 버려요. - 버릴 때는 마스크의 오염된 겉면이 손에 닿지 않도록 마스크 안쪽에서부터 반으로 접은 후 종량제 봉투에 넣어요. - 사용한 면 마스크도 반드시 일반쓰레기로 버려주세요. 타액이 묻은 면 마스크를 의류수거함에 넣으면 다른 의류를 오염시켜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요. ✨ 쓰레기를 빛나는 것으로 넘치는 쓰레기들을 활용해 멋진 작품을 만들고 있는 두 팀을 소개해드립니다. ✔️ 피스모아 - 버려지는 것에서 쓸만한 것들을 모아 가치있는 것을 만듭니다. ✔️ 이티씨블랭크 -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닌 쓰레기 (위 이미지의 오브제는 쓰레기가 되어 해안에 굴러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집한 후 다양한 형태와 색감을 그대로 담아낸 것입니다) 🎅 할아버지의 코트 책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이미지를 클릭해 주세요 살뜰한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입니다. 이국땅에서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장만한 코트 한 벌이 생쥐의 보금자리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는데요, 한 추천사는 이렇습니다. "이 이야기는 읽고 또 읽을 가치가 있다" 여러분에게도 소중한 추억이 깃든 아끼는 물건이 있으신가요, 그 물건을 떠올려보며 이 그림책을 본다면 더 좋을 거예요 :) 🎼 틀어놓으면 좋은 곡 Thanks for coming 님의 플레이리스트 가끔 음악을 골라듣는 것이 귀찮을 때면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에 기댑니다. 이번에 가지고 온 곡들은 Thanks for coming님의 "내 이상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라는 플레이리스트입니다. 특히 이 분의 플레이리스트에 붙은 제목들은 센스 있어 재미있는데요, 몇 개 예를 들자면 "지금 자면 얼마나 잘 수 있는 거지" "숲을 보라고 나무라는 게 이상했다" "그렇게 찾았는데 안주머니에 있었다" 같은 것들이 있어요. 제목에 혹해 노래를 듣게 돼요. 모든 것을 듣지 못했지만 제목에 이끌려 들은 몇 개의 플레이리스트가 작업할 때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외로운데 기분은 좋아지고 싶고 분위기는 챙기고 싶을 때 이 플레이리스트를 들어보세요 :) P.S. 오늘도 긴 편지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네요. 다소 무거운 시기이지만 이 시기를 잘 버텨봐야겠지요! 그럼 저는 다음 주에 다시 돌아올게요 :) mind_ryeon@naver.com 수신거부 Unsubscribe |
✦ (정)혜련이가 보내는 편지, HYEPEA LET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