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쓰는 SNS는 인스타그램, 블로그가 전부입니다.
인스타그램에는 아주 많은 볼거리와 정보들이 있어 유용합니다.
저의 관심사로 주를 이룬 전시, 행사, 신간 등 거의 모든 것이 그 안에 있고, 그로 인해 재미와 배움을 넓힐 때가 많습니다.
근사하여 소중하게 본 것, 먹은 것, 들은 것, 품은 것을 저도 종종 인스타그램에 기록과 자랑삼아 늘어놓았어요.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던 시절에는 이 많은 정보들을 어떻게 알았을까 궁금해질 지경입니다.
여기저기 다니다가 보이는 포스터나 현수막을 보며 메모해두던가, 문득 들린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신간 정보를 알았을까요?
저는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저는 그럼 인스타그램을 하게 됨으로써 저의 활동 반경이 더 넓어졌을까요?
저는 예전의 저보다 꽤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그저 저에 대한 부분입니다.
작다고 하면 작고, 크다고 하면 큰 부분이지요.
왜 이 동네를 선택했는지, 이 동네에 서점과 도서관은 어디에 있는지, 산책코스는 어디가 더 나은지, 좋아하는 커피숍은 어떤 분위기인지, 즐겨 찾는 빵집과 식당과 미술관과 자주 가는 동네는 어디인지.
이 모든 것은 SNS로 알게 된 것보다 제 눈과 팔과 다리, 저의 성향과 호오와 감각으로 알게 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피곤하다는 느낌이 크게 들었어요.
갑자기 그런 것은 아닐 테고, 무언가 쌓이고 쌓여서 지친 감정이 조금 커진 것 같아요.
여행에서 잠깐 SNS를 멀리했을 때, 정말 편안했어요.
아마도 좋은 날씨에 좋은 것들을 보러 다녔고, 그런 것들로 저는 충분했으므로 인스타그램이 필요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숙소에만 머물렀다면 과연 또 그렇게 멀리할 수 있었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홀로 멍하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스마트폰에 손이 가게 되고, SNS를 열어 세상을 보게 됩니다.
세상은 바깥에 있는데, 바깥으로 나가기 귀찮고 싫어 손안의 세상을 손쉽게 펼쳐보게 됩니다.
그 세상 안에는 아주 다양한 일들이 있어요.
예쁘고, 멋지고, 웃기고, 귀엽고, 부럽고, 뭉클하고, 안타깝고, 슬프고.
여러 감정들이 몇 분 만에 찰나로 들어옵니다.
일차원적인 것도 있지만, 양가적인 것이 동시에 들기도 합니다.
재밌다가도 씁쓸하고, 멋지다가도 배가 아픈 것이죠.
그러다가 남는 것은 반짝반짝 윤기나는 구슬 같다기보다, 거슬거슬 곱지 않은 모래알 같은 감정입니다.
크게 남는다면 이런 것.
난 지금 뭐 하나, 뭘 했나 하는 자책과 아쉬움, 배 아파하며 무언가를 질투하고 바라는 마음.
나의 자리는 충분히 좋을 수도 있는데 저 어딘가에 끼지 못해서 혹은 저들처럼 하지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르게 되는 조급함.
SNS 속에서는 그러한 쓸쓸한 감정이 크게 남아 덜 유쾌합니다.
게다가 요즘 저는 작은 글씨가 힘듭니다.
인스타그램의 글자는 작고, 자간도 행간도 좁아서 긴 글이 이제는 제게 조금 힘이 듭니다.
작은 크기의 텍스트가 가득한 종이 잡지도 읽기가 힘들어졌는데, 빛을 환하게 내뿜는 스마트폰은 더더욱 힘들지요.
시력도 많이 안 좋은 데다 눈도 예전만큼 건강하지 않은 것 같고요.
이미지 중심의 인스타그램이 좋았지만, 또 그것이 주는 아쉬움도 큽니다.
최상의 사진을 골라야 하는 것, 최장 10장에 정해진 프레임에 사진을 욱여넣는 답답함, 나는 긴 글을 쓰고 싶지만 긴 글을 쓰면 아무도 보지 않을 것 같고, 그래서 그것을 작은 화면에서 손가락 몇 개로 정리해야 하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어떤 소통에 앞서 무엇을 올리기까지의 시간이 꽤나 정성스럽다 보니 하기 전에 앞서 털썩, 지치는가 봅니다.
무언가를 하기 전에는 재미와 더불어 적극성과 실행력이 커야 좋을 텐데, 인스타그램에서는 그러한 것들이 짜게 식어가고 있어요.
역시나 뭘 했다고, 팔로우수가 몇 만도 아니고, 꾸준히 뭘 올린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참 가소롭지만 그냥 제가 요즘 느끼는 것이 그렇습니다.
잦은 에러 또한 성가십니다. 다르게 올린 사진이 같은 사진으로 반복되어 뜨던가, 까만색으로 되던가, 올린 사진을 수정할 수 없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요.
어떤 앱이든 제 쓰기 나름이겠지만, 요즘의 인스타그램은 제게 피곤한 매체가 된 것이 사실이에요.
역시 대부분의 정보를 인스타그램에서 얻고 그래서 여전히 유용한 것도 맞지만, 제가 무언가를 올리기엔 조금 시간이 필요할 듯 보입니다.
(제 무언가를 기다리는 이도 없을 테지만..)
그러다가 또 무슨 바람이 들어 이것도 올리고 싶다 저것도 올리고 싶다, 하며 피드를 마구 자주 올릴 수도 있겠고요.
인스타그램을 당장 삭제하지는 않을 것 같고, 아예 안 할 건 또 아니고.
당분간은 제 편한 대로 쓰려고요.
아니 이거 내 건데, 내 마음대로 해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쓰는 블로그가 참 편안했습니다.
커다란 화면을 보며 자판 위에서 열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시원한 감각이 좋았습니다.
사진의 크기와 개수 제한도 없고, 언제든 수정이 가능하고, 저 같은 구구절절한 인간에게는 좀 잘 맞는 플랫폼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조금 구린 사진도 멋진 사진도 어떤 구별 없이 올릴 수 있으니 선택에 대한 스트레스도 덜하고요.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대하는 제 개인적인 화살표가 있다면 인스타그램은 남에게 가 있고, 블로그는 나를 향해 있어요.
그래서 요즘 저는 자기중심적이고 자유로운 플랫폼에서 큰 편안함을 느꼈어요.
이렇게 글을 쓰니 무슨 블로그 홍보대사 같지만,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의 사용빈도와 애정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이 둘을 뛰어넘는 새로운 플랫폼이 나오면 이 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잊고 떠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저 이 둘을 옮겨다니며 지금 제게 무엇이 좋다 나쁘다, 맞다 아니다를 느끼고 말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사용자이며 이 모든 것은 아주아주 개인적인 의견일 뿐입니다.
그나저나... 안 그래도 요즘 자꾸 편한 것만 찾게 되는데,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 것인지, 이미지 중심의 인간에서 말 많은 텍스트 인간이 되어버린 것인지, 작은 걱정이 선뜩 드는데요?
인스타그램이고 나발이고 뭐고, 에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