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확실합니다.
봄이 왔다는 것.
차 많고, 사람 많고, 빌딩 많은 도시에 살고 있다 해도 여전히 자연의 일부로써, 계절에 순응하며 날씨에 지대한 영향을 받으며 지냅니다.
이제 더 이상 패딩 같은 두툼한 외투에 손이 가지 않아요.
집 안 창문을 모두 열어 환기를 해도 이제 예전만큼 으슬으슬 춥지 않습니다.
여전히 엉망인 구석이 많지만, 집 안에서의 작은 이사와 재정비가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춥다는 핑계로 못 본 척했던 베란다 구석구석 쌓인 먼지들을 청소하고,
추위를 피해 거실로 들여놓았던 식물들을 베란다로 옮겨 주었습니다.
온도는 달라졌고, 꿈틀대는 기운 같은 것을 느낍니다.
새들의 노랫소리가 더 밝게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오늘은 제가 마주친 작은 기쁨에 대해 글을 써보려고 해요.
2년 전, 저는 작은 플라스틱 화분에 심어졌던 노란 히아신스를 구매했습니다.
향이 너무 근사했고, 꽃이 꼿꼿하게 서 있는 채로 한 달 가까이 가서 얼마나 근사하고 향기로운 나날을 보냈는지 몰라요.
그러다 더 시간이 지나서는 당연히 시들었지요. 구근은 그대로 남은 채로요.
구근식물은 관리만 잘 해도 매년 봄마다 꽃을 볼 수 있다는 글을 보긴 했지만 그것은 식물 전문가들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인 줄만 알았어요.
저는 히아신스 구근이 베란다 끝에 있다는 것도 깜박하고 지냈으며 구근은 제 관심을 떠나 마른 흙에 파묻혀 세 계절을 지냈습니다.
그렇게 해가 바뀐 2021년의 어느 봄날, 저는 구근에 작은 새싹이 돋아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 반가움과 대견함이란!
저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새순이 자라나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하루가 다르게 녹색 순이 올라오고 꽃대가 올라오더니 제대로 향을 품고 꽃을 피웠습니다.
그렇게 이듬해의 봄에도 예쁘고 노란 히아신스를 볼 수 있었어요.
제게는 이제 요령이란 게 생겼지요.
작년 봄 끝에, 구근만 남겨진 화분을 마냥 내버려 두지 않으며 이불을 덮어주듯 히아신스 화분에 넉넉한 화분 받침을 뚜껑처럼 덮어놓았습니다.
겨우내 잘 자고 내년에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혼자 품었습니다.
내년의 나에게 건네 주는 선물, 화사한 풍경을 상상하면서요.
2022년의 봄이 이렇게 왔고, 베란다 청소를 하며 그 뚜껑을 열어보고 저는 또다시 놀라고 말았습니다.
잊어버리진 않았지만 잘 재워둔 히아신스에게 혹시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또다시, 다시, 다시, 작은 새싹이 올라온 거예요!
(이 느낌을 온전히 전달하기엔 느낌표 한 개로는 부족합니다..ㅎㅎ)
아 정말, 그 반가움을 어디에 비교해야 할까요.
사실 히아신스의 입장에서 저는 관람자일 뿐입니다.
히아신스 혼자 다 한 것이지요.
제가 관심을 두던 두지 않던 화분 속에서 묵묵히 자고 있다가 잠잠히 새싹을 올린 것입니다.
그 대단한 일을 해놓고 저의 호들갑을 들으면서도 히아신스는 그저 조용하고 평화롭습니다.
제 할 일을 한 것뿐이라며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작고 귀여운 게다가 의젓하기까지 한 말간 새싹을 보여줄 뿐입니다.
정말 배우고 싶습니다.
그 묵묵한 인내와 성실함, 그리고 멋진 침묵을요.
히아신스는 새싹을 지나 고요히 자라고 자라 노란 꽃을 피울 수 있을까요.
새싹 하나에 설렘과 기대와 희망을 품어 봅니다.
꽃 피는 힘을 낼 수 있도록 저는 응원하는 관람자로, 서두르지 않으며 천천히 지켜볼 것입니다.
꽃이 피면 그때 또 소식을 전할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