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깼는데 온몸이 벌벌 떨리도록 슬프고 겁이 나서 울고 싶어졌어요.
너무너무 무섭고 슬픈 꿈을 꾸었다고 엉엉 울며 말하고 싶었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저는 그저 자고 있는 남편의 손을 꼬옥 잡았습니다. 붙드는 심정으로요.
다시 잠들기가 무서웠지만 혼자 깨어있는 게 힘이 들어 눈을 꼭 감았습니다.
그러다 저도 모르게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 거실로 나가보니 날이 너무 좋았어요. 제 마음도 모르고요.
눈곱을 대충 떼고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분리수거를 하러 밖으로 나갔는데, 햇살에 눈이 부셨어요.
날씨는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 아니지만 제 마음대로 해석하고 느끼면 되니까 오히려 눈부신 햇살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고쳐먹어봅니다. 좋은 쪽을 보기로 합니다.
머리를 감다가 이런 날 머리를 감을 때는, 나뿐 꿈도 탈탈 다 쏟아지고 모조리 다 씻겨 내려갔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더 센 좋은 꿈이 나타나 이 고약한 나쁜 꿈을 데리고 가줬으면, 아주 크게 혼을 내줬으면. 그렇게 나쁜 꿈을 싹 덮어주어 저는 홀랑 다 잊어버리는 상상을 합니다.
그러니 조금 나아져요.
5월은, 날이 참 좋네요.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 집에만 있는 게 어쩔 땐 손해 보는 느낌이 듭니다.
산책이라도 해야 할 것 같지만 산책도 어느 정도의 의지가 필요하잖아요.
그러다 그러다 밖을 나가면, 밖엔 이렇게나 좋은 게 많구나 볼 게 많구나 싶어서 왜 안 나오고 있었지? 의아해지는 때도 있는데 집문 밖을 나가는 그 5분의 시간, 마음먹기, 준비하기가 왜 이렇게 안 되는 건지. 저는 오늘도 이렇게 집 안에서, 이리도 화사한 햇살을 마냥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벤치에 누워 빛도 바람도 구름도 하늘도 모두 다 내 것인 양 누리고 싶은, 누릴 수 있을 것 같은 에너지가 며칠 전에는 있었던 것 같은데 저는 또다시 이렇게 잠잠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날이 더 많지요.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우리 가족에게 있었던 두 번의 장례식.
이런 큰 슬픔은 참 오래가고, 슬픈 감정은 종종 찾아와요.
거기에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저를 덮쳐올 땐 정말 너무 무섭고 슬픕니다.
지난 주말에는 양가 부모님을 찾아뵙고 왔습니다.
언젠가부터 부모님을 뵙고 오면 가슴이 먹먹하고 무겁습니다.
잘 살고 있는 게 효도 같은데, 어느 때엔 부채감도 듭니다.
더 잘 해 드려야 하는데, 더 좋은 걸 해드리고 싶은데, 나는 더 부지런히 돈을 벌어야 하는데.
곁에 머무르며 오랜 시간을 보내지도 않으면서, 돌아서서는 후회와 아쉬움과 미안함이 가득합니다.
가족을 생각하면 그 사랑 안에 정말 많은 감정이 들어 있어요.
그렇게 또 일상을 지내다가 그 와중에 깃드는 행복이나 기쁨 같은 것을 발견합니다.
요즘은 이런 좋은 감정들에 더 예민해진 것 같습니다.
이런 게 왔을 때 누려야 해, 즐겨야 해, 느껴야 해, 알아야 해.
좋은 것은 참 반짝 지나갑니다.
그걸 알아버린 게, 알아차린 게 참 아쉽고 슬펐어요.
오늘은 홀로 무거운 마음에 속이 따뜻해지도록 뜨거운 커피를 보리차처럼 마셨습니다.
커피만 마시기엔 너무 써요. 초콜릿 쿠키를 옆에 두고 함께 먹어요.
쓴 커피 옆에 달달한 초콜릿.
달콤한 일이 종종 찾아오면 좋겠어요.
저는 그럼 맛있게, 소중하게 먹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