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는 한강공원을 다녀왔어요.
친구네 커플이 오랜만에 불러 나가게 되었지요.
이런 일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 되었습니다.
가까운 곳에 언제 만나도 괜찮은 막역한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불러주는 일이, 누군가를 불러내는 일이 참 쉽지 않아졌어요.
몇 년 간 지속된 코로나가 이런 상황을 만들기도 했지만 내 시간만큼 상대의 시간도 소중하기에, 서로의 시간에 실례나 부담을 주는 것 같아 갑자기 잡는 약속과 만남에는 점점 더 조심스러움이 생깁니다.
그런 요즘에, 마음 맞는 친구가 들려주는 휘리릭 나와, 놀자! 밥 먹자! 하는 말은 달갑기만 해서 오후에 쏟아지는 낮잠을 쫓고 부랴부랴 한강공원으로 향했습니다.
한강공원은 참... 예뻤습니다.
왜 아무도 내게 이 무렵의 한강공원이 좋다고 말을 해주지 않았지? 마음 한구석에 못난 푸념과 듣는 이 없는 섭섭함이 들 정도로 공원은 맑고 푸르렀습니다.
여기 이렇게 나와 있는데도, 늦은 오후에 나온 것이 분할 정도로 참 아름다운 풍경이었어요.
너른 잔디밭을 자유롭게 누리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저는 약간 낯설어 혼자 붕 뜨고, 여긴 모두가 즐길 줄 아는 익숙한 사람들이 모인 듯했어요.
여기 좋대, 해서 가보면 어디든 사람이 많지요.
다들 어디서 어떻게 그런 정보를 얻는 것인지.
최초의 누군가 있었다면, 그 누군가도 시간을 들여 부지런히 보고 다니다 얻은 것이겠죠. 그렇게 자연스레 알게 된 것이겠죠.
난 왜 몰랐지? 좋은 곳을 갈 때 가끔은 그런 뾰로통한 마음이 들어요. 필요 없는 물음이 튀어나와요.
이렇게 알게 돼 기쁘다는 순수한 긍정이나 환희를 갖기 보다, 제일 먼저 저는 이제야 알았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다행히도 그런 생각은 짧게 스쳐가지만, 어쨌든 제 안에 좋은 곳을 많이 많이 넣고 싶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이맘땐 어디로 여행을 가면 좋은지, 거기엔 어떤 풍경이 펼쳐지는지, 맘 놓고 즐길 수 있는 공원, 숲, 산, 바다는 어디인지, 근사한 식당, 카페, 숍은 어디인지, 조용히 시간 보내기엔, 눈치 안 보며 모임 하기엔 어디가 괜찮은지, 장소와 공간에 대해 줄줄줄 알고 싶어요.
이런 걸 욕심이라 하지 않고 조금 순하게 바꾸어 혼자만의 조용한 열정이라 해볼까나요.
그 안에 있을 적극적인 의지와 삶에 대한 애정이 제 안의 지도에 수많은 별표를 만드는 것일 겁니다.
제가 모르는 곳들이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많을까요?
제가 표시할 별들로 무수히 많은 별자리를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난 주말 한강공원을 나가지 않았다면 또 모르고 지나갔을 이 계절의 풍경.
몰랐다면 후회도 아쉬움도 없었겠지만 이렇게 알아버린 세상이 제게 생겼습니다.
푸르른 잔디, 뻥 트인 시야, 새로운 공기.
5월의 한강공원은 좋구나.
토끼풀은 여기에도 이렇게 많구나, 나무 그림자에 기대어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건 즐겁구나, 풍경을 보며 마시는 차는 달구나, 별일 아닌 일에도 쉽게 웃음이 터지는구나.
좋음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내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직접 보고 느껴야 하고, 내게 좋은 것은 사실 스스로 발견해야 하는 것이니까 역시나 저 또한 다음에도 또 그다음에도 저기 저 누군가처럼 시간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다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뾰로통한 마음을 지나 이처럼 기억하고 싶은 장소들을 많이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별들을 많이 모으며 제가 모르는 세상이 아는 것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 별자리가 멀리멀리 뻗어나갔으면 참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