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신체 중 두 개인, 눈 볼 귀 손 발 가슴 같은 부위들은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지 않고 모두가 약간의 차이가 있지요.
두 개가 있는 부위들은 모양도 사용빈도도 거의 비슷한 반면 양손은 차이가 많이 납니다.
저는 오른손잡이인데요.
양손의 모양 차이는 그렇다 하더라도 사용 비율 면에서, 오른손의 쓰임은 왼손에 비해 현격히 높아요.
저의 창작활동도 오른쪽이 거의 다 합니다.
오른쪽 손은 왼쪽 손을 부러워할지도요, 오른손은 저 일 안 하는 왼손을 좀 보라며 난 이제 더 이상 못하겠다고 드러눕고 파업을 할 정도로 일을 많이 하는데요.
저는 문명인(!?)으로써 노트북 타자도 치지만 필사도 일기도 손글씨로 쓰고, 아니 사실 따지고 보면 글씨를 쓸 수 있었던 꼬마 시절부터 저는 오른쪽 손으로 필기구를 잡았으니 오른손 사용시기란, 대체 몇 년이나 된 걸까요. 기계로 따지자면 벌써 어딘가 부품을 교환하고도 남았을 세월입니다.
오른손 중지 연필 잡는 부위는 튀어나왔고, 마디가 굵어진 걸 볼 때마다 예쁜 손을 갖고 싶었던 저는 내 손은 점점 못생겨지는구나 싶어 약간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제 와 손을 성형할 수도 없고 안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니 참을 수밖에 없고.
기미와 주름처럼 이 손도 저와 함께 가야 할 운명입니다.
그런데 요즘 이상하게 오른손이 아파요.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고 정확하게 콕 집어 말할 수 없지만 힘이 없네요.
필사를 하다가 오른손이 아파서 저는, 왼손으로 글씨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오른손이 익숙하고 편한 세계라면 왼손은 그 반대의 세계입니다.
왼손으로 글씨를 쓰니까요. 당연하게도 아주 서툴고요. 낯설어요.
우리말을 지금 막 접한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마음처럼 안 돼서 아주 느린 데다가 삐쭉빼쭉 엇나가기도 잘해서 지우개를 자주 써야 했어요.
빨리 쓰는 건 당연히 어려웠고요.
게다가 시라는 분야를, 이 외국어 같은 낯설고 아름다운 분야를 왼손으로 받아쓴다는 것은 시와 어울리는 조화로운 행위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와중에 저는 그 글씨가 제법 마음에 들더라고요.
실룩실룩 뒤뚱뒤뚱 걷는 것 같은 지금의 제 왼손 글씨체는, 제가 책상에 코 박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받아쓰기를 하던 내 여덟 살쯤의 글씨체와 비슷할까, 그런 것을 궁금해하기도 했어요.
어쨌든 의도치 않게 오랜만에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안 아팠던 부위가 아프면 신경이 쓰이잖아요.
손이 아프니까 손을 보게 돼요. 손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아이구 소중해 아이구 소중해. 못생겼다고, 마음에 안 든다고 한 것도 미안하고 막 그래요.
종이에 글씨 쓰는 걸 좋아하는데 그림도 오른손으로 그리는데 가위질도 오른손으로 하는데.
쉬면 조금 나아지겠죠?
왼손으로 오른손을 주무릅니다.
왼손은 오른손에게 이런 걸 해줄 수가 있네요.
오른손의 마음도 근육도 아픔도 잘 풀리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평소 잘 쓰지 않는 손으로 글씨를 써본 적이 있으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