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그리고 9월 20일에도.
한 달이 안 돼 두 번이나 무지개를 보았어요.
8월 29일에는 비가 왔어요.
우산을 쓸까 말까 고민되는 비가 조록조록 내리고.
그날은 엄마 아빠가 서울에 올라오신 날이었고, 같이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갔는데요.
아마도 엄마가,
"무지개다!" 하며 하늘의 상황을 전달해 주었고, 저는 하늘을 보며 놀랐습니다.
서울에서 무지개를 본 기억이 있던가, 저는 무지개를 처음 본 사람처럼 반가워했습니다.
건물에 가려 부분만 보이던 무지개는 골목을 빠져나오자 감탄이 나올 만큼 아주 커다랬어요.
공기 중의 물방울에 의해 태양 광선이 반사·굴절되어 나타나는 일곱 빛깔의 원호.
백과사전에서는 무지개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는데요.
'일곱 빛깔의 원호'라는 과학적 사실이 아름다워 자꾸 읽게 됩니다.
물과 빛과 공기가 만드는 이 신기한 기상현상은 기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엘프가 사는 마을에나 있을 법한 비눗방울 같기도 하고요.
무지개가 커다란 보호막 같아서 나쁜 일 같은 건 다 걸러줬으면 싶고.
거대한 무지개 앞에서 인간은 참으로 작구나,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그나저나 우리는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한 곡선을 보며 스마트폰을 들어 셔터 누르기 바빴어요.
무지개가 하늘에 매일 떠 있다면 이렇게 놀라지는 않겠지요.
사람이 만든 무지개는 수돗가나 분수대에서도 볼 수 있지만 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는 쉽게 볼 수가 없으니까요.
이 시간이 순간인 걸 알고, 사라진다는 것을 알기에 이 귀한 것을 담으려고 우리의 손가락은 분주했습니다.
최상의 컷을 건지려고 우린 모두 열심이었고, 그날의 무지개는 고맙게도 사진첩에 충분한 사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오래오래 떠 있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무지개만 보느라 정신없는 사이, 맞은편을 보자 노을이, 노을 또한...
무지개가 나오려면 이 정도 풍경은 필요하다는 듯, 하늘빛 위에 연보라와 주황과 노랑의 색이 차례로 섞여 옅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이 모습 놓칠세라, 무지개만 봤으면 아까웠을 반대의 풍경도 놓치지 않고 담았습니다.
이제 모두 다 담았나, 싶어 천천히 무지개를 보니 그 위에 또 하나의 무지개가 펼쳐졌습니다.
싸.. 쌍무지개!
저는 쌍을 괜히 세게 발음하며, 엄마아빠에게 외쳤습니다.
"들어는 봤나? 마포 쌍무지개!"
-
두 번째 무지개는 9월 20일.
이날도 비가 왔습니다.
비 핑계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사실 오랜만에 남편과 반주를 즐겼습니다.
처음으로 먹어 본 바질 막걸리는 음료수같이 달달하고 맛있어서 홀짝홀짝 기분 좋게 마셨습니다.
짧게 우중산책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비는 서서히 그치고 있었고, 조금 알딸딸한 기분으로 거실에 섰는데 앞으로 보이는 아파트 벽에 희미한 노을 색이 비쳤습니다.
비 오는데 노을이라...
도도도, 하늘이 더 많이 보이는 뒷베란다로 나가보니.
거기엔 또 한 번의 무지개가!
환호가 나오는 아름다운 원호!
저는 발그레한 볼을 하고선, 베란다 난간에 몸을 바짝 붙이고는 그날처럼 역시 스마트폰을 들어 무지개를 담았고.
오늘 또 무지개가 떴다며 엄마아빠오빠에게, 친구들에게 사진을 전송했습니다.
이날 혼자 봤던 무지개는 그전만큼 진하지 않았고, 금세 사라져 아쉬웠지만... 아니 아니.
나는 오늘 운이 좋은 사람, 순간의 무지개를 놓치지 않고 본 사람.
하늘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부채를, 색채를, 곡선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혼자 봤어도 떠오르는 사람들 있으니 흐뭇해하기로.
초저녁, 비는 살짝 내리고 이상하게 날이 흐리지 않고 노을빛이 진하다면 저는 하늘을 볼 것입니다.
어디 어디 무지개가 떴나, 하면서요.
그러다 어느 날 운 좋게 또 일곱 빛깔 원호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무지개만 말고 고개 돌려 그 반대편도 골고루 봐야겠지요.
그날의 하늘은 동쪽이나 서쪽이나 모두 아름다울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