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울산바위가 보이는 신선대
친구네 커플과 함께 신선대에 다녀왔습니다.
아주 멋 옛날 천상의 신선들이 내려와 노닐었다는 이곳에서는 울산바위 절경을 감상할 수 있어 sns에서 핫한 곳이라 하던데, 저는 그런 것도 모르고 그저 멋진 절경을 보고 싶어 따라나섰습니다.
이곳에 다녀온 다른 사람들의 후기 사진을 보니 정말 멋지더라고요.
우리는 새벽 5시에 일어나 고성으로 향했습니다.
평일이었음에도 그 새벽 서울 도로 위엔, 오고 가는 차량들이 많아 조금 놀랐습니다.
평소에 나는 쿨쿨 자는 이 시간에, 해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부지런히 앞서가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대단함을 느끼면서도, 이른 아침의 기상은 여행 외에는 쉽지 않으니 참.
어쨌든 큰 정체 없이 고성에 잘 도착했고, 신선대에 오를 수 있는 화암사에 도착했습니다.
(*덧, 화암사에 있는 카페 '청황'에서는 멋진 수바위를 볼 수 있으며, 진하고 따뜻한 전통차의 맛도 좋으니 들러보셔도 좋겠어요! +친구네가 시켰던 단호박식혜슬러시도 정말 맛있더라고요.)
등산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왕복 1시간 반이면 충분하다,라는 후기를 보곤 조금 쉽게 생각했지만.
산책 외에 평소 운동을 잘하지 않는 우리들에겐 이곳 또한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주 많이 웃었습니다.
평지에 반가워 웃고, 가파른 오르막 보며 웃고, 조금 오르다 헥헥거리며 웃고, 우리들의 어이없는 체력에 웃었습니다.
산을 오르는 게 얼마 만인지요. 산 안에서는 찡그림보다는 힘들어도 벙찌는 웃음이 많아지는가 봅니다.
산을 오르며 흐르는 땀에, 입고 갔던 겉옷을 하나씩 하나씩 벗어 배낭에 넣으니 아주 빵빵해져 내 등은 거북이처럼 둥그레졌습니다.
신선대에 오르는 길은 짧은 평지를 제외하면 꾸준하게 오르막이었어요.
저 멀리 뭔가 보이긴 하는데 계속 걸어도 정상에 닿지 않아 궁금함을 못 참고, 산을 내려오는 분들에게 물어보게 되죠.
(헉헉) "안녀엉하세요, 얼마나, 가면 되나요?"
그럼 꼭 그런 대답을 듣게 돼요.
"10분만 가면 돼요." "거의 다 왔어요."
이건 약간 산속에서 이루어지는 짜 맞춘 대화 같아요.
10분의 공식, 거의 다 왔다는 속임수로 희망주기.
하지만 분명 체감상 10분이 넘은 것 같은데 정상은 나오지 않아요. ㅎㅎ
그러다 그러다,
앞장선 누군가 오, 와! 하는 탄성에 그제야 다 왔다는 신호를 느낍니다.
드디어 나도 뻥 트이는 정상에 도착합니다.
이제야 뱉어보는 감탄!
등산은, 당연하게도 과정입니다.
그 앞에 힘듦이 있어 정상에 올랐을 때 더욱더 달콤해지는 공기와 시야.
보람과 보상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차 타고 오는 길엔 내내 날씨가 흐려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백두대간 터널을 통과한 후에는 날이 거짓말처럼 활짝 개었습니다.
산행을 하는 내내 맑은 날씨가 이어져 신선대에 다다랐을 때도 맑은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잠깐잠깐 멈추었을 때 불어주는 바람과 물 한 모금이 얼마나 달던지.
이런 공기와 맛을 참으로 오랜만에 느꼈습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장대한 바위와 산맥을 한참 보고 내려왔습니다.
멋진 계절과 멋진 풍경을 품고 있는 나라구나,라는 걸 새삼 느끼며.
다음 날 두 종아리에는 알이 뱄습니다.
이 표현은 참 재미있어요.
새도 아닌 사람이 몸에 알을 품을 때는 이럴 때.
무언가를 애써서 했을 때.
나약한 체력이라도 수많은 돌부리와 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무사히 완주한 기분 좋은 훈장(!)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알은 말랑말랑해지다 사라지겠지만, 이날의 기억은 꽤 오래갈 것입니다.
날씨 좋은 이 계절에, 내가 가보지 않은 좋은 곳에 자꾸자꾸 떠나고 싶어졌던 뿌듯하고 재미난 여행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