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과 새해를 맞이하는 느낌은 확실히 다른 때와는 다릅니다.
31일의 나와 1일의 나는 큰 변화 없이 잠잠한데도 말이에요.
저는 처음으로 연말과 새해를 다른 나라에서 보냈습니다.
태국 치앙마이에 다녀왔어요.
사람들 많이 모이는 곳에 가서 서로 부둥켜안으며 "해피 뉴이어-!!"를 외친 건 아니고, 바깥에서 터지는 폭죽 소리를 들으며 자정이 되기도 전에 잠자리에 들었지만..
나를 둘러싼 모든 장소가 바뀌니 당연하게도 아주 색다른 기분이었고 특별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몇 년도에 뭘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데 2023년과 2024년 사이의 '나'는 기억이 나겠지요.
치앙마이에 있던 나. 따뜻한 나라에 있던 나.
사실 치앙마이는 2019년 가을에 계획해둔 여행지였는데, 이사 일정과 개인 스케줄로 미루었고 곧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바로 뒤 코로나가 터졌고... 글쎄 그다음이란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몰랐지요.
그래도 이렇게 그 언젠가의 날이 와주어 무사히 감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12월 말의 치앙마이도 여전한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이곳저곳 트리가 있었고, 새해를 맞이할 반짝이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것을 보았는데 한여름의 크리스마스가 이런 느낌이구나 싶어 재미가 있었어요.
난생처음 보는 연말연시의 풍경인지라 새로웠습니다.
우리나라는 대략 12월부터 2월을 겨울로 보지만, 영하의 온도가 아닌 치앙마이는 내가 아는 여름의 온도이고.
일 년 내내 더운 나라에선 여름을 여름이라 부르지 않으려나.
따뜻함에서 더움, 뜨거움을 나타내는 다양한 수식어와 표현들이 이 나라에는 많으려나요.
갑자기 그런 것이 궁금해집니다.
어디는 겨울이라 두툼한 패딩을 입고, 빙판길에 미끄러질까 조심조심 걷고 있는데.
어디 저긴 시원한 소재의 옷을 팔랑거리고, 슬리퍼를 신고 햇빛에 데워진 바닥을 성큼성큼 걷고 있는 게.
시간이 다르다는 게, 계절이 다르다는 게.
추운 겨울에 따뜻한 나라에 간 저는 새삼 그런 사실이 너무너무나 신기한 거 있죠.
내가 여기에 있다니, 나도 이렇게 색다른 연말을 보낼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새해의 첫 편지는 당연하게도 치앙마이에 대한 글이 될 텐데요,
치앙마이에 대한 글을 쓰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일단 컴퓨터 앞에 앉아 치앙마이에서 썼던 조각 글들을 모아 모아 써보았어요.
이건 에세이도 아니고 시도 아니지만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글이 아닐까 합니다.